변동금리 전체 대출에 70%인데…국채금리 상승에 시장금리 따라 올라 '이자폭탄' 가시화
채권 상승 증시 하락에 영향, 빚투 수요 잠잠해진 듯…변동성 크다 '빚투' 또 늘어날 수도
은행권 대출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폭으로 불어난 상황에 금리 상승은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
실제로 국내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일 연 1.851%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0.13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국내 국채금리 상승은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에 영향을 미친 미국 국채 금리의 오름세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전 세계적인 물가 반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 한미 정부의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 등으로 상승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 1.390%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금리 상승이 다소 진정되면서 다음날 연 1.353%로 마감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조9000억달러(약 211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위해 국채 발행을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저금리 흐름에 따라 크게 낮아졌던 은행권의 대출 금리도 상승세에 올라탄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2.70~2.97%로 지난해 9월(2.42~2.66%) 대비 약 0.3%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90~3.59%로 지난해 9월(2.12~2.48%)보다 1%포인트 가량 큰 폭으로 올랐다. 통상 1~3등급을 기준으로 3~4% 수준의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가계대출이 불어날 대로 불어났고,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까지 크게 늘어난 상황에 금리 상승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심각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이다. 지난 한해 동안 125조8000억원 증가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12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69.4%로 1년 새 3.7%포인트 급증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1.5%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쉬운 대출이 가계부채 규모를 키운 상황"이라며 "늘어난 대출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의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금리의 상승은 급격히 늘어나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르게 급증하던 신용대출은 증시가 주춤하면서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2월 들어 지난 1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4173억원으로 지난달 29일의 135조2263억원에 비해 191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한 달간 신용대출 잔액이 1조5791억원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2월 들어 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이유로는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소 사그라든 데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지난달 줄줄이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용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성이 워낙 큰 시장인 만큼 '빚투' 열기가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증시 발 대출 수요도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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