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리금융이 금감원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소송 승소 판결
감독 부실·무리한 제재 오명도 피하지 못할 수도…금감원 "항소 예정"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대한 금감원 징계가 온당한지 여부를 묻는 재판에서 재판부가 우리금융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손 회장 등 2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취소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금융기관에 기준이 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 소송은 내부 통제에 관한 내부 규정에서 흠결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사가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는 형식적·외형적인 면은 물론 그 통제기능의 핵심 사항이 포함됐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처분(징계)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피고가 법리를 오해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월 손 회장에 대해 DLF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DLF 판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었다.
금융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이 불가능하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징계 취소소송과 함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을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CEO 중징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현행 지배구조법을 살펴보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징계가 합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손 회장측은 내부통제 기준을 이미 마련한 상황에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을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판결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이 금융사 CEO에 있다는 기조를 관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게 됐다. 감독 부실·무리한 제재라는 오명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심 판결이지만, 법원에서 끝내 CEO 제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결국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금감원의 부실 감독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감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사모펀드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상시감시 업무를 태만히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금감원이 부과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관련 중징계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이 줄줄이 행정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 금융위 규제완화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중징계 이유를 재소명하기 위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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