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탄소중립 LNG 도입 등 ESG 경영 적극 나서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가교 에너지로서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탄소 감축을 촉구받고 있는 철강 및 에너지 기업들은 LNG 기술 확대에 이어 탄소중립 LNG까지 도입하며 ESG 경영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탄소중립 LNG란 LNG를 개발·생산해 사용자에게 공급하기까지 전 밸류체인 상에서 발생한 탄소를 직접 저감하거나 탄소 크레딧(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는 증서로서 지급되는 배출권)을 통해 상쇄한 LNG를 의미한다.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LNG 도입한 'GS에너지'
GS에너지는 주력이었던 정유·석유화학에서 벗어나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신사업 발굴로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0월 그린발전 포트폴리오 확장을 필두로 한 ESG 4대 전략을 공개한 GS에너지는 투자를 통해 공동 운영하는 보령 LNG 터미널을 최근 증설했으며 LNG를 개질하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해외 유전 등에 수출하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 모델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LNG 사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GS에너지의 LNG 사업 역량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지난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베트남 LNG 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3GW 규모의 초대형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발전 연료인 LNG 자체 도입, 저장설비 운영, 전력 판매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LNG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GS에너지의 LNG 밸류체인을 확립함으로써 한동안 높은 수요가 예측되는 LNG 산업에서 미래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GS에너지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LNG를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2019년 6월 지속가능한 환경 구축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히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로부터 탄소중립 LNG를 구매했다. 이는 국내 탄소저감실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다.
◆LNG사업으로 철강업계 친환경 선도하는 '포스코'
지난해 12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는 약 1년 만에 친환경 소재 대표기업으로 성공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2030년 20%, 2040년 50%의 탄소배출량을 감축이라는 로드맵 하에 각종 기술과 제품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종목표는 수소선도기업이지만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기까지 현실적인 대안인 LNG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지속적으로 탄소 저감을 실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의 친환경 LNG 추진 대형 벌크선을 선보인 후 LNG 수송 및 보관에 적용할 수 있는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LNG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친환경 물류 실현을 위해 철강업계 최초로 동급 경유 차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19%,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 발생률이 95% 이상 감축된 LNG 트랙터를 도입했다.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를 통해서도 미얀마, 호주 등의 가스전을 활용해 LNG 밸류체인을 더욱 확충하고 있다.
포스코는 GS에너지에 이어 탄소중립 LNG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말 독일 RWE사로부터 약 3만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상쇄시킨 탄소중립 LNG 1카고(6만4000톤)를 구매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LNG 도입이 탄소 저감 실적으로 연계되는 등 국내 탄소크레딧 거래 제도가 개선되면 도입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탄소 친환경 LNG 사업 확대에 앞장서는 'SK E&S'
SK E&S는 지난 9월 친환경 LNG,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차별화된 그린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오는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한다는 모그룹의 넷제로 추진 방침에 맞춰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SK E&S 연간 300만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서 LNG 사업의 친환경성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공대와의 기술 협력, 유망 중소기업 대상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등 관련 기관 및 기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며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 중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CCUS는 LNG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친환경 LNG 기술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의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며 고효율 설비와 CCUS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LNG를 생산하기로 했다. 또 잔여 온실가스는 탄소배출권을 통해 상쇄해 탄소 배출을 100% 상쇄한 탄소중립 LNG를 오는 2025년부터 국내 최초로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SK E&S는 CCS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저탄소 친환경 LNG 시대를 선도하는 사업자로서 ESG 주도권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NG 활성화 위한 선결 과제는 투명한 정보
ESG 트렌드에 따라 LNG 산업에서 탄소 저감 노력들이 실시되며 탄소중립 LNG의 개념이 탄생했지만 아직 실효성을 검증할 수 없어 기업들이 선뜻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탄소중립 LNG는 현물 LNG가격에 탄소 프리미엄이 추가돼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프리미엄은 어떻게 도출됐는지, 정확히 얼만큼 탄소가 배출·상쇄됐는지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표준화된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의 LNG 가격 책정 부문 글로벌 책임자 키란 로우는 "LNG 업계에 탄소 저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시장의 의사 결정을 도울 LNG 카고의 탄소배출량과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길 촉구받고 있다"며 "앞으로 LNG의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탄소배출량 산정과 보고 체계 등의 방법론이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P 글로벌 플래츠는 탄소중립 LNG 평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활용된 탄소크레딧의 가격, 즉 탄소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이 호주산 LNG를 공급받는 루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업계와의 밀접한 상의 하에 데이터를 수집한 S&P 글로벌 플래츠는 탄소중립 LNG 1카고의 가격이 일반 LNG보다 약 180만 달러(한화 약 21억원) 더 높으며 이는 MMbtu당 0.5달러 정도로 현물 가격에 비교해 약 2%의 비중일 것으로 산출하고 있다.
키란 로우는 "LNG가 에너지 믹스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민간기업의 직수입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 정유 및 중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탄소 저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탄소중립 LNG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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