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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중대재해법 D-2…산업계, 속속 조직개편

  • 송고 2022.01.25 15:20 | 수정 2022.01.25 15:24
  • EBN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조선 빅 3, 안전조직 인력 확대·교육 강화

철강, 1년 전부터 대표 직속 안전조직 신설

자동차, CSO 신설…"법 취지 공감하나 애매모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을 앞둔 가운데, 산업계가 안전 담당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보건 조직을 신설해 대표가 안전을 직접 챙기거나 기존 조직을 격상해 보다 철저한 관리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청의 책임을 묻겠다는 법이다.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 대표가 구속될 수도 있다.


조선 빅 3, 안전 조직 확대…현대重 "모든 안전조치 원점 재검토"


25일 현대중공업은 한영석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상균 사장 공동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모든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전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올해를 중대재해 없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오는 2월 6일까지 2주간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가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던 중이라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우리 일터에서 모두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안전 부문 인력을 20% 증원하고 안전 조직을 강화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인을 잘 파악하기 위해 새 위험성 평가 시스템도 구축했고 고위험 공정 종사자에 대한 체험·실습형 안전교육도 강화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안전 조직인 'HSE(건강·안전·환경)추진담당'을 'HSE경영실'로 격상했다. 이에 보고체계도 상향해 사안에 따라 기존 조선소장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경영진, 협회, 노동계 추천 인원 등 분야별 7~8명으로 구성된 안전경영 자문위원회도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했다. 윤종현 조선소장(부사장)이 초기 CSO를 맡아 안전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HMM, 대표이사 직속 안전보건관리팀 신설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올해 초 대표이사 직속 '안전보건관리팀'을 신설했다. 해사총괄인 최종철 전무가 담당총괄을 맡아 국내외 선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최 전무는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돈과 비용을 떠나서 선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항하겠다"며 안전을 강조했다.


또한 HMM은 지난 2020년 말 신설한 선박종합관리실에서 운항 관련 전반적인 빅데이터를 수집해 안전을 제고하고 있다. HMM이 보유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단은 스마트십으로 빅데이터를 통해 운항 효율성과 안전도를 높이고 있다. HMM은 기존 선박에도 스마트십 설비를 차차 도입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1년 전부터 대비


작년 잇따른 사망 사고로 곤욕을 치른 철강업계는 1년 전부터 대표이사 직속 안전조직을 신설해 안전 부문을 확대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지난해 3월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철강부문장) 직속으로 '안전환경본부'를 신설했다. 산하에 △ 안전기획실△ 보건기획실△ 환경기획실 등 3개의 전문조직을 구성했다. 또한 올해정기 임원인사에서는 현장 생산과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상무보급 전체 승진 인원의 약 40%를 현장 출신으로 채웠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현장 중시와 안전경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8월 안동일 대표 직속으로 사업부급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사업본부별로 상이했던 안전보건팀 명칭을 통일해 전사적으로 안전보건 분야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6월 김연극 사장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조직인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전사 안전총괄조직으로 '안전환경기획팀'을 만들었다. 하반기 공채로 안전환경 전문인력도 추가로 채용했다. 공장별 설비안전위원회를 통해 비상사태 대응 훈련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비상대응 역량을강화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올해 1월 1일자로 기존 조직을 다시 꾸렸다. 세아제강은 안전환경위원회와 포항공장장 직속으로 'SHE(Safety, Health, Environment)기획팀'을 구성했다. 세아베스틸은 기존 군산공장장 직속 안전환경실 산하의 안전환경팀을 안전팀, 환경팀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해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CSO 직책 신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CSO 직책을 신설했다. 현대차는 이동석 부사장을, 기아는 대표이사인 최준영 부사장을 각각 CSO로 선임했다. 이들은 앞으로 각 사업장에 있던 안전관리 조직을 총괄하고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 업무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조직과 인원 확대를 해왔다. 중대재해 관련 가이드와 업무 매뉴얼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애매모호…개선 필요"


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령 적용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법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논리 대로라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다치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시행이 되면 법 적용 시, 대표이사 처벌까지 안 갈 수도 있지만 애매모호한 것도 있고 과한 것도 있다"며 "제도 정비도 필요하고 근로자 교육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 법의 목적은 중대재해 예방인데 처벌이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안전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의 노력도 감안해야 하고 현장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도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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