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3세 정기선 사장, 그룹 지주사·조선 지주사 대표로
50년 전 조부가 세운 조선소에서 스마트·친환경 기술 그룹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오너 일가 3세인 정기선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을 모태로 하고 있지만 정 사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자율운항, 수소 사업 등 미래 혁신 사업과 친환경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23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전인 1972년 3월 23일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조선이 울산 동구 미포만에서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을 연 것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작이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자 정 사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년 후인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을 설립했다. 1975년에는 현대미포조선을 세워 수리조선업에도 진출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2002년 위탁 경영 중이던 한라중공업을 인수해 현대삼호중공업을 설립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의 핵심인 조선 3사 구성이 완료됐다. 세계 1위 조선사라는 위상도 공고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대 교체와 새로운 정체성·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선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정 사장은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는 전문경영인 권오갑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정 사장과 전문경영인 가삼현 부회장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정 사장은 앞서 지난 22일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한국조선해양도 정 사장과 가 부회장 각자대표 체제가 됐다. 권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정 사장은 사장 승진 이후 5개월 만에 그룹의 지주사와 핵심 사업인 조선의 중간지주사의 대표를 맡게 된다. 정 사장이 양 사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그동안 그룹을 진두지휘해 왔던 권 회장은 자연스럽게 양 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지주의 회장직만 맡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지주의 회장으로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챙기고 정 사장은 올해 CES에서 말했던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로'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CES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사장도 이번 CES를 통해 국제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그리고 더 포용적인,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우선 선박 자율운항 기술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 사장은 "포항에서 자율운항을 성공했고 이 같은 실험은 타사는 쉽게 따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율운항 시장에서 세계 최고 리더십을 확보할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율운항 전문 계열사인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포항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으로 대형선박의 대양횡단 항해를 마칠 계획이다.
정 사장이 다음으로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수소 사업이다.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을 필두로 오는 2025년까지 100㎿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 세계 최초의 2만입방미터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그룹은 스마트·친환경 기술로 무장하고 중후장대 기업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 현대'로 변경한다. 중공업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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