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대우조선, 적자에 부채비율 높아 투자여력 부족
대우조선, 최대주주 산은…삼성重, 삼성전자가 대주주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잠잠하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과 함께 대형 조선 3사로 꼽히지만 한국조선해양과 처지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누적된 적자로 대규모 투자여력이 없고 최대주주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디지털·친환경 전환에 향후 5년간 총 21조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조선소 구축·건설 분야 자동화 등(12조원) △연료전지·탄소포집활용기술(CCUS) 등 친환경 R&D(7조원) △자율운항 선박 등 디지털 분야(1조원) △혁신기업 M&A·지분 투자 등에 1조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투자를 하긴 어렵고 매년 해오던 500억~7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양사가 큰 돈을 들여 중장기 투자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금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1조12억원에 이르던 결손금은 1분기 말 1조4942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79%에서 523.2%로 144.2%p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5년 자구안을 제출한 이후로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지분율 55.7%)인 점도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국책은행인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추가로 재원을 출현하려면 '혈세 투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보다 상황이 안 좋다. 지난 2015년 1조5019억원 영업손실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조원의 적자가 쌓이며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의 재무 여건도 열악하다. 결손금은 지난해 말 1조3551억원에서 올 1분기 1조4582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96.3%에서 204.6%로 소폭 확대됐다.
삼성중공업도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15.23%)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혁신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성장산업 위주로 자금을 투입한다. 사실상 이번 투자계획에 조선 부문은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 발표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는 분야에 대한 것"이라며 "삼성의 계열사가 50개 가까이 되는데 특정한 계열사에 대한 세부적인 투자계획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5년간 진행한 3번의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했다. 삼성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1조1000억원, 2018년 1조4000억원, 2021년 1조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최대주주로서 지분율만큼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을 핵심 계열사로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방산 분야를 매각한 것을 감안하면 인력이 많이 필요한 중후장대 산업을 선호하는 것 같진 않다"며 "대규모 제조업 인력에는 노조가 따라오기 마련인데 특히나 노조 리스크를 꺼리는 그룹 문화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조선업이 투입 대비 수익성이 좋은 것도 아닌 점도 관심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