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기조에 정치권 일각에서 취약부문 위기 가중 우려 제기
"달러 부족하지 않다" 강조 불구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 주장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오는 12일 통방회의를 앞두고 국감에 출석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폭과 통화스와프, 물가 등에 대한 기재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4월 취임한 이창용 총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예정돼 있어 지난해 8월 이후 1년간 기준금리를 2% 올린 한국은행이 향후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에 대해 기재위원들의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열린 통방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창용 총재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 초까지는 5~6%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25bp씩 인상하는 것이 기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Board)가 지난 6~7월에 이어 9월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정례회의에서도 한 번에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자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도 변화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 몇개월간 시장에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제조건에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는 12일 열리는 통방회의에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창용 총재는 "연말 4%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던 미 기준금리가 4% 이상으로 높아졌다"며 "전제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경로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제조건에 변화가 이뤄졌다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이달 통방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는 빅스텝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빅스텝이 결정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00%를 기록하며 지난 2012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3%선까지 오르게 되며 현재 미 연준 기준금리(3.00~3.25%) 상단과의 격차도 25bp로 축소된다.
하지만 오는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네번째 자이언트 스텝이 이뤄질 경우 미 연준 기준금리 상단과의 격차는 다시 75bp로 확대된다.
한·미 금리역전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부담이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경기둔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수출 둔화에 높은 물가오름세로 회복되던 소비마저 주춤할 경우 연초 3% 수준을 기대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김태년 위원은 "물가 잡겠다고 금리만 올리다가 가계경제를 다 쓰러지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으며 김영선 위원은 "금리를 계속 올리는 것은 취약한 부문에 뜨거운 물을 계속 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역전에 따라 외화가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197억달러 급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10월 이후 14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강달러 기조로 인해 다른 주요국의 외환보유고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4000억달러 수준인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위원들이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창용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 시장상황에서는 통화스와프를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두차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 미 연준이 내부기준에 따라 우리나라 뿐 아니라 9개 국가와 동시에 체결했다"며 "현재 달러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통화스와프를 요청한다면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