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 해제에도 10개 단지 중 7곳 미분양
서울 분양 실적 지난해 대비 37.44% 줄어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는 미분양 문제가 금리인상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 수준으로 부동산 매매시장은 물론 청약시장까지 얼어붙는 상황에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시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곳곳을 조정대상에서 해제했음에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추가 금리 인상은 시장 활성화 효과를 더 더디게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10개 단지 중 7곳에서 미달 물량이 발생했다.
미달이 발생한 단지의 공급 지역은 △대구 △경남 △전남 △전북 △충북 등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다수 지역에서 청약 냉기가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공급 물량 전체로 살펴보면 10개 단지에서 총 4054가구가 공급됐는데 미달 물량은 2438가구로 비중은 60.1%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미달 발생 지역은 정부가 최근 비규제지역으로 규제를 풀어준 곳이라는 점이다. 6월 30일 조정 대상 지역에서 해제된 대구 북구에서는 '대구역 센트레빌 더 오페라'가 분양에 나섰지만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공급 236가구 가운데 총 4개 주택형 전부가 미달되며 57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같은 달 규제가 해제된 여수와 광양에서 분양한 '여수 원더라움 더힐'과 '더샵 광양 라크포엠'은 각각 169가구 중 148가구, 898가구 중 426가구가 미달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규제 지역 전환의 가장 큰 효과가 대출 규제 완화인데 최근 높은 금리 부담으로 인해 상쇄되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분양 시장 위축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이런 상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 인상으로 일반 매매 시장과 분양 시장이 더불어 얼어붙는 현 상황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분양 문제는 수도권으로도 넘어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 실적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14개 단지, 3775가구로 지난해 1월~9월 분양 물량인 6027가구 보다 37.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인 2020년의 1월~9월 분양 물량인 2만5336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85% 가량이 줄어든 수치다.
직방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촉발한 주택거래 급감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이 초래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미분양 우려를 이유로 분양 일정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와 조합 내 갈등 등으로 분양 일정이 연기된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지와 이문3구역 재개발, 휘경3구역 재개발,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지 등도 분양 일정을 미뤘다.
이처럼 분양일정을 미루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해당 단지들의 분양 물량이 연말께 쏟아지면 미분양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미분양은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미분양 건수는5012가구로2019년12월의 6202가구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번 달예정분양 물량은 전국에서74개 단지, 5만9911가구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1만7791가구대비2.37배 가량 높다. 이 중 수도권은3만508가구를 분양하며경기도가 2만414가구, 서울에서 8개 단지6612가구, 인천에서3483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올해 연말까지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2만 가구가 넘지만 실제 분양 실적은 이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3%로 올라선 기준금리는 3.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최종 3.5%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견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다수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청약시장에 청약미달에 이어 미분양·미계약 물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은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 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은 물론 서울·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함 랩장은 "분양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는데 물가가 오르다보니 분양가도 오르고 있고 금리 인상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급 적극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분양 계획대비 실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