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방산 특수성·정부가 구매자일지라도 경쟁 제한 따져볼 필요"
군함부품시장 독점지위 한화에 시정명령 부과시 외부감시·통제 거론
업계 "한화-공정위 조건부 승인 피하기 위해서 대립각 세웠을 수도"
한화 "경쟁사 막을 능력·유인 없고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회복 주력"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이 유력시 된다.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담는 것을 전제로 할 것으로 관측되어서다.
대우조선의 매각 필요성, 효율성 증대 효과, 대안책이 없다는 점을 등을 감안하면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한화의 방산 시장의 우위 입지에서 경쟁 제한 폐해를 해소할 수 있는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보유한 만큼 대우조선에 특혜를 줄 경우 HD현대중공업·HJ(한진)중공업 등 경쟁 군함 제작사가 불리해져 국내 군함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레이더·항법장치 등 한화가 독과점 공급하는 10종 안팎의 군함 부품에 관한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거나 더 비싸게 팔면 군함 입찰에서 대우조선이 더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에선 방산업 특성상 무기의 성능이나 적절한 군함 탑재 방식에 관한 작은 정보력 차이도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이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여서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낮은 데도 공정위가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화가 공정위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데에는 이같은 조건부 승인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라도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방산 시장의 특수성은 국가가 구매자이고 다수의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그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쟁 제한 행위가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지 세밀하게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사와의 거래 경쟁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거래 조건을 차별하는 불공정 행위까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한화 측에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자체적으로 담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정위 심사관은 한화와 대우조선에 경쟁사에 대한 가격·정보 차별을 금지하는 행태적 조치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는 경쟁사를 막을 능력·유인이 없다거나, 효율성 및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에 따른 폐해보다 시장 활성화 가능성이 크고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3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심사관이 하는 프로세스로 보면 마지막, 거의 끝나가는 단계"고 전했다. 향후 공정위 심사관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상정하면 공정위원장, 상임·비상임 위원 등 9명의 위원이 전원회의를 통해 기업결합 승인과 시정명령 여부 및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최종 결론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업계 일각에서는 업계나 산업은행, 국회 등이 공정위에 신속한 승인을 압박할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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