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앞 흉물 현수막·고성능 확성기 등 무분별 시위
보행자·인근 주민 피해 심각, 기업 법적 대응 무용지물
국내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시위가 관련 기업과 인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명예훼손 의도가 짙은 현수막 등은 기업 신뢰도 추락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일 반복되는 확성기 소음으로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할 뿐 아니라 보행로를 가로 막은 불법 천막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주변은 잦은 시위로 기업과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판매 대리점과 판매 용역 계약을 맺고 신차를 판매하다 계약 해지된 A씨는 10년 이상 막무가내식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본인 계약 해지와 무관한 기아를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직원은 "10년 이상 매일같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며 "주변에 식욕부진, 불면증, 신경쇠약 등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A씨가 인도에 설치한 천막과 도로 옆에 세운 배너형 현수막 등은 인근 사거리를 운행하는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진출한 차량이 전방에 위치한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할 경우, 불법 시위 천막과 배너형 현수막 등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한 택시기사는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에 누가 공감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시위 행태는 자극적 상황을 연출해 기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위자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형형색색의 현수막을 내걸고, 심할 경우에는 상여나 감옥 모형 등의 소품을 동원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배경이다.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해당 기업으로부터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사실 왜곡과 명예훼손 등에 대응해 법적 해결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법적 절차 진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피해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반면 시위자는 패소하더라도 법원이 지적한 표현만 수정한 후 현수막을 새로 제작해 시위를 재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법적 집회 소음 기준으로는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렵다. 공권력이 불법 시위를 제어하는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지만 여전히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시위로 인한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개별 기업들의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은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사옥은 해외 거래처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심지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시위와 자극적 현수막 등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 파트너사 클라이언트들이 시위 현수막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상황을 설명해 이해를 시키지만 질문을 하지 않거나 외국 관광객처럼 설명할 기회가 없는 경우는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현행 집시법 개정을 통한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은 시위에 따른 피해자보다 시위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되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일반 시민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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