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기조에 못 올린 소주값 하반기에는 진짜 오를 수도
주정·공병·병뚜껑 등 줄인상…소비자가 인상폭 1000원 예상
정부 눈치에 상반기 인상설로 그친 소주가격이 하반기에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원부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데다 주류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이후 과도하게 늘어난 마케팅 판관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마케팅 비용이 가격 인상 요인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주류업체들이 영업비를 소비자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주 가격이 불가피한 인상 상황까지 내몰렸다. 소주 주 재료인 주정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랐고 공병, 병뚜껑 가격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10개 주정 제조회사의 주정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달 소주의 원료인 주정(精髓)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주정가격은 지난해에도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으로 인해 주정 가격이 평균 7.8% 인상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 업체들은 올해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 납품하던 병값을 220원으로 22.2% 올렸다. 지난해 연말에는 병뚜껑 가격도 올랐다.
소주 업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소주 시장 점유율 1, 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상반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당분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려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류업체의 가격인상 요인은 원부자재가격 인상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소주 유통비용에는 소주 원가에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출고가가 결정된 이후 △물류비 △인거비 △마케팅비 등 추가 비용이 붙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류업체들이 최근 신제품을 내놓고 점유율 경쟁을 목적으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게 이번 인상 요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이 6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33.4% 감소했다. 특히 1분기 판관비 지출 중 광고비 부문이 지난해 316억원에서 올해 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8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판매촉진비도 3억원에서 7억6700만원으로 131% 늘어났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롯데칠성의 경우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98억원으로 8.5% 증가했다. 같은 기준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8.1% 감소한 304억원으로 드러났다. 실적 발표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점유율 방어 차원의 비용 투입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원부자재값은 물론 운영비까지 오른 상황이라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주정 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원가 부담이 발생하고, 소주 시장 경쟁 강도 확대에 따른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등 판관비 증가 여지가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불만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주 가격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은 원재료(주정) 가격 인상이지만 유통 물류비에 여러가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소비자들은 주류업체가 비용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인상이지만 소비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주 소비자가격 인상폭은 1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고가 인상폭은 가격 동결로 누적된 손실분을 반영해 병당 소매가 기준 100원 수준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인데, 소주 업계가 출고가를 100원 올리면, 유통 단계를 거쳐 식당에서는 소비자들에게 1000원 이상 인상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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