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노동계, 최저임금 인상폭 놓고 평행선
3.95% 이상 인상 시…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려
업종별 구분적용도 금지…심야 영업↓·무인 점포↑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편의점 가맹점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편의점 특성상 인건비가 사실상 운영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저임금이 또다시 오를 경우 가맹점주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이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으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영계는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 등을 이유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노동계는 올해(9620원)보다 26.9% 인상된 1만221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보면 지난해에는 5.05%(9160원), 올해는 5.0%(9620원) 인상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2.2% 빼서 나온 수치인 5.0%를 인상률로 확정한 것이다.
양측이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결국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상 폭은 논의 사항이지만, 기준점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삼을 경우 5% 포인트(p) 내외에서 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당장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인건비 부담이 커졌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고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또 다른 악재는 '업종별 구분적용' 금지다. 편의점 가맹점주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해왔다. 최근 6년 새 48.7% 최저임금인 인상된 상황에서 편의점, 호텔업, 휴양콘도, 택시운송업 등에 한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안'은 부결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가"라며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포기하거나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지면서 심야 영업을 포기한 편의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전국 편의점 매장 5곳 중 1곳은 야간(자정~오전 6시)에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편의점이 심야 장사를 접는 배경에는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심야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데 굳이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가게를 운영하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시간당 급여로 계산하면서 가맹점주의 부담은 더 커졌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더 주도록 한 제도다. 특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가맹점주가 '쪼개기 고용'에 나서면서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됐다.
편의점 심야 영업 점포 수가 줄어든 사이 반대로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3100여개로 전년 대비 55.8% 늘었다.
업계에서는 가맹점주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생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U는 가맹점 수익과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발주 지원금 △신상품 도입 지원금 신설△운영력 인센티브 도입 △점포당 폐기지원 금액 증액(40만→50만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부터 간편식이 폐기 지원 비중을 기존 최대 40%에서 50%까지 확대했고, 상온·냉장 카테고리에 대한 연 최대 120만원 지원은 유지하기로 했다. 또 심야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점포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신분 확인과 인증이 가능한 담배와 주류 자판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수준이 아직 논의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확정된 대비사항은 없다"면서도 "점주님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최대한 마련해 나가면서 점포 운영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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