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 잇달아 성능 개선된 중국 LFP 채택
삼원계 배터리와 각축전 예상…한국 주도권 위협 가능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본격적인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최근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배터리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뒤늦게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섰지만 이대로라면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산 LFP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성능보다 가격이 더 중요해지자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완성차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FP 배터리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계획을 가진 업체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도요타, 벤츠 등이다. 기아가 다음달 출시하는 ‘레이EV’에도 중국산 LFP 배터리가 장착된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NCM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고 주행 거리가 짧은 것이 치명적 단점이었으나 최근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CATL 측에 따르면 완전 충전 시 최대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 추위에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야디, CATL, 고션 하이테크 등이 상용화하고 있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장착한 중국의 LFP 배터리는 한국의 주력 상품인 ‘삼원계’ 배터리를 밀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승용 전기차 기준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18년 7%에서 지난해 27%로 가파르게 높아졌다”며 “올해 점유율은 테슬라의 전 모델 LFP 배터리 도입 등으로 30%를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 대부분이 그동안 망설이던 LFP 배터리 채택을 확정했다는 점“이라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저가 전기차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고 이를 위해선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LFP 배터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CATL(2위)의 점유율은 27.2%로 1위 LG에너지솔루션(28.7%)을 바짝 추격했다. 지난해 8.4% 포인트였던 점유율 격차는 1.5%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 기업이 증가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자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CATL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LFP 배터리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북미지역 전력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연산 16기가와트시(GWh) 규모 ESS용 LFP배터리 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이후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 10GWh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 3월 저온 성능을 개선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연내 LFP 배터리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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