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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우’도 막을 수 없다…드리프트 황제 등극 ‘아이오닉5 N’

  • 송고 2023.09.22 14:45 | 수정 2023.09.24 11:46
  • 태안=EBN 박성호 기자 (psh@ebn.co.kr)

악천후 속에서도 압도적 제동력·구동력 발휘
세 가지 방식 드리프트 가능… 전기차 중 ‘유일’
아반떼 N 모티브 내연기관 운전 방식도 구현

[사진=박성호 기자]

[사진=박성호 기자]

드리프트 황제 등극이다. 현대자동차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 ‘아이오닉5 N’은 젖은 노면에서도 거침없이 달렸다. 드리프트 능력은 내연기관차를 포함해도 압도적이다. 공차중량 2200kg의 육중한 몸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 7600만원으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20일 충청남도 태안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현대차의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시승했다. 이날은 태풍이 부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세찬 바람과 비가 몰아쳤다. 안전상 문제로 고속 주행 등 몇몇 프로그램을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아이오닉5 N만의 특징인 드리프트와 제동 능력을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오닉5 N은 고성능 브랜드 N 최초의 순수전기차다. 최대 650마력, 제로백 3.4초에 달하는 주행 능력은 현존 차량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최고 속도는 260km/h다.


아이오닉5 N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주행 시험을 마쳤다. 이곳은 한 바퀴 길이가 20.8km에 달하며 코너 158개, 코스 높낮이 차이는 300m에 이른다. 내연기관차도 레이싱 완주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서킷인 것. 특히 전기차처럼 무거운 차량은 코너링 등에서 브레이크가 버티지 못하거나 배터리가 과열되기 일쑤여서 서킷 주행에 적합하지 않다. 아이오닉5 N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2바퀴 완주했다.


아이오닉5 N이 서킷을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덕분이다. 배터리를 주행 목적에 맞는 최적 온도로 사전 설정 및 유지해 차량이 최고 성능을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박성호 기자]

<{배터리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박성호 기자]

브레이크는 고성능 차량에 걸맞게 전륜 4피스톤 대구경 브레이크를 적용했다. 코너링에서 강력한 제동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N 브랜드 전용 고성능 브레이크인 ‘N 브레이크 리젠(NBR)’을 적용, 회생제동 시 최대 0.6G 감속이 가능하다. 이는 회생제동만으로도 드리프트가 가능한 수준이다.


서킷 주행을 위한 능력도 다수 탑재됐다. ‘N 페달’은 구동 모터의 회전을 역방향으로 돌려 강한 제동을 건다. 코너링 때 내연기관차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약 5번 번갈아 밟아야 한다면, 아이오닉5 N은 엑셀 페달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코너를 돌파할 수 있다. ‘N 토크 디스트리뷰션’은 차량의 전·후 토크 배분을 운전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곡선 주행에서는 전륜에 더 힘을 주고, 직선 가속이나 드리프트 시에는 후륜에 토크를 배분하는 등 상황에 맞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한 것. ‘N 그린 부스트’는 일정 시간 모터 최대 출력을 향상시켜 직선 구간에서 더 빠르게 치고 나가도록 돕는다.


주행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능력도 다수 적용됐다. 내연기관 특유의 변속감과 주행 감성을 재현한 ▲N e-쉬프트, 내연기관의 엔진음 및 다양한 소리를 구현한 ▲N 액티브 사운드+, 일반 운전자도 드리프트를 할 수 있도록 돕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정지 상태에서 출발 시 최대 발진 성능을 낼 수 있는 ▲N 런치 컨트롤 등이다.


서킷으로 나가 해당 능력들을 시험했다.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을 켜니 센터 디스플레이에 ‘소요 시간 약 8분’이라는 문구가 떴다. 냉각을 마친 뒤 서킷으로 나가 회생제동 능력부터 시험했다. 가속·감속이 액셀 페달 하나로 충분한 수준이었고 여타 전기차와 다르게 꿀렁거림이 적어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었다. 2200kg라는 공차 중량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느낌이다.


이후 N 드리프트 디스트리뷰션을 활용했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기능을 켜고 원 선회 코스에서 각각 전·후륜 배분 50:50, 0:100 등으로 운전했다. 꽤 고속으로 운전해도 차가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드리프트했다. 전후륜 배분 0:100으로 바꾸자 차가 기존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여타 전기차에서는 느낄 수 없던 주행 감성이다.


짧지만 고속 주행도 경험했다. N 그린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100km 도달까지 3.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런치 컨트롤을 활용하면 다이나믹한 운전도 느낄 수 있다. 런치 컨트롤이란 정지 상태에서 모터에 힘을 가해 출력을 비축한다. 마치 제트기처럼 빠르게 출발하는 기능이다.


<{런치 컨트롤 활용 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사진=박성호 기자]

<{런치 컨트롤 활용 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사진=박성호 기자]

빗살이 거세지면서부터 성능보다는 운전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들을 경험하는데 집중했다. 아이오닉5 N은 전기차 감성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탄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N e-쉬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 덕이다. 아이오닉5 N의 내연기관차 롤모델은 아반떼 N인다. 연구진은 내연기관차 특유의 변속감을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을 튜닝했다. 소리 또한 엔진을 변속할 때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놀라웠던 기능은 N e-쉬프트다. 엔진 변속을 따라 했을 뿐만 아니라, 감속 시 속도가 줄어드는 부분까지 구현했다. 정말 내연기관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날의 백미는 택시 드라이브였다. 인스트럭터 옆에 동승해 N 드리프트를 체험했다. 비가 쏟아져 미끄러운 노면에서 총 세 가지 방식의 드리프트를 경험했다. 첫째는 가속도로 만들어 내는 드리프트, 둘째는 회생제동을 이용한 드리프트, 셋째는 코너링 상태에서 패들 시프트(변속기)를 이용한 드리프트였다. 세 드리프트는 성격이 다른 만큼 운전 방식이나 탑승했을 때 몸의 쏠림 등도 다른데, 회생제동을 이용한 드리프트는 오직 아이오닉5 N으로만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폭우 속에서도 아이오닉5 N은 큰 미끄러짐 없이 드리프트를 구현했다. 제동력과 구동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는 대목이다. 노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내연기관차보다도 낫다.


호우 경보 알림이 오면서 결국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그러나 폭우 때문에 오히려 아이오닉5 N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타이칸보다 낫다던 현대차 관계자 자신감의 원천을 확인한 순간이다.


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상무는 “N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 5 N의 개발 과정은 N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정의하는 대담한 도전이자 새로운 기준의 발견이었다”며 “현대차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모터스포츠 경험을 바탕으로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을 사랑하는 고객에게 가장 감성적인 고성능 운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성호 기자]

[사진=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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