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 수주전 승자 가른 ‘보안사고 감점 규정’
이채익 의원 “기술 중심 업체 선정 원칙 퇴색”
함정 무기체계 독점화 우려, 제도적 보완 필요
해군 차기 호위함 수주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바꾼 방위사업청의 감점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9년 기술 중심의 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 일부 완화됐으나, 이후 2년여간 세 차례 개정되면서 감점 여부가 판세를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됐다. 함정 분야 무기체계 사업 독점화로 이어져 국가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선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에 반영되는 ‘보안사고 감점’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규정은 최대 -3점이었던 감점 범위가 2019년 9월 -1.5점으로 줄면서 완화됐지만 2021년 3월과 12월, 작년 12월 총 3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처벌이 강화됐다.
이날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 7월 울산급 배치 Ⅲ 5,6번함 건조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기술평가 점수와는 상관없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에 대한 감점으로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으로 수주가 결정되면서 기술 중심의 업체 선정이라는 원칙이 퇴색됐다”고 짚었다.
방사청이 실시한 8000억원대 호위함 수주전은 소수점 단위에서 승자가 엇갈렸다. 당시 입찰에서 한화오션(91.8855)이 HD현대중공업(91.7433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우선협상자에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점수에서 앞섰다. 하지만 보안 감점(1.8점)을 적용받으면서 종합 점수에서 져 최종 탈락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과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탓이다. 2020년 9월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이 KDDX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작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평가에서 1.8점의 감점이 적용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방위사업청의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며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기술력 우위가 아닌 보안 감점이 수주를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이 같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문제는 보안 감점이 약 3년간 소급 적용되면서 특정 업체의 독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더욱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업무 지침 개정 시점이 맞물리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채익 의원은 “함정 무기체계 연구개발 업체 선정 시 대부분 1점 미만에서 수주가 결정되는 만큼, 잠수함을 제외한 함정에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을 배제하기 위해 강화한 조치”라며 “업체가 3년간 수주 배제가 된다면 군수 분야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폐업까지 이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사청은 지난 2019년 감점 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기술 중심의 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보안사고 감점 비중을 축소하고 기간을 완화했다.
이 의원은 “2020년 9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보안 사고로 기소되자 2021년 3월 감점 배점을 최대 1.5점에다 추가로 인원 1인당 0.1점씩의 감점을 추가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감점 기간을 기존 형 확정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배점도 최대 -2점으로 상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8명의 형이 확정되자 한 달 뒤 기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경우 감점되지 않도록 했으나, 단서 조항을 신설해 형 확정 후 3년으로 감점 기간을 소급·확대 적용하도록 개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선의의 기술 경쟁을 통한 기술력 확보도 어려워 정부 입장에서도 득이 될 것이 없다”며 “보안사고 감점 규정을 포함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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