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성과급 잔치 등 질타 이어져
메리츠증권 성과주의 경영 전략 제동 관측도
증권가 현역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위기에 봉착했다.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그동안 최 부회장이 메리츠증권의 강점으로 구축해놓은 성과주의 보상체계·리스크 관리 등 경영성과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최 부회장을 국감장에 세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관련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내부자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메리츠증권이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고,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석되기 전 주식으로 바꾼 이화전기 보유 지분을 주식 매매거래정지 직전 전부 매도했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사전에 전혀 몰랐고, 정황 증거가 3가지 있다”고 항변했지만, 이 의원은 “보유 중인 CB 부실화되는 것을 담보전환으로 신규투자했기에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매주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점에 대해서도 CEO가 내린 투자 결정에 리스크 체크가 안 될 수 있다며, 금감원에 메리츠증권 전면 종합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윤한홍 의원과 강민국 의원도 최 부회장을 향해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를 올려 부동산 시장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임직원들은 이를 통해 성과급 잔치를 했다며 비판했다.
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0건이 넘는 내부통제 위반 건 중 형사고발 사건은 1건에 불과함을 꼬집으며 솜방망이 처벌 등 내부통제가 미비함을 질책했다.
최 부회장이 이날 답변한 내용보다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이 이목을 끌었다. 그간 최 부회장이 메리츠증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온 경영 전략들이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2010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 부회장은 강력한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구축했고, 또 저축은행 영업 정지 등 부동산 PF 사업이 위험하다는 인식에도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10년 연결 영업이익 323억원이었던 실적을 지난해 자본시장 위축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1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최 부회장은 투자심사위원회 본안심사에 참여하면서 직접 리스크 관리하는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결국 메리츠증권 성과주의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부실기업 자금조달 지원 목적으로 자금(CB·BW 등 메자닌 투자)을 공급한 기업 중 18곳이 횡령 및 배임, 부도 및 회생절차, 감사의견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 됐다. 최 부회장이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섰음에도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최 부회장의 경영 방식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이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재임 기간 구설수 없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왔던 만큼 이번 논란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한 최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감에 증권사 CEO가 증인으로 수차례 출석해왔다”며 “구체적으로 문제가 밝혀지면 달라지겠지만 현 상황에서 확대해석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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