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장 승진 2년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조선업 체질 개선 이끌고 수소·AI 성장동력 발굴
책임경영 강화·새로운 50년 위한 그룹 미래사업 주도
HD현대그룹이 오너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을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다. 2021년 10월 사장직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 승진이다.
이로써 HD현대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HD현대는 10일 올해 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생인 정기선 신임 부회장은 연세대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기선 부회장 선임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기선 부회장은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에도 회사의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선박 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회사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온 힘을 쏟았다.
2016년에는 선박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8년 경영지원실장 겸 부사장을 맡으면서 그룹 신사업과 인수합병(M&A) 투자 추진에도 적극 나섰다.
정기선 부회장은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을 이끌었다. 동시에 수소, 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주력해 왔다. 지난 2021년에는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HD현대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자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한 이후,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했다.
작년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와 사우디 간 협력에는 정기선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CES 2023에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내년 초에 열리는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이후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기존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사업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 후계자로서의 더욱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안정적 성과로 승계 정당성도 확보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는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뒤 자연스럽게 지분 증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기선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26%에 불과하다.
한편, 이날 인사에서는 HD현대인프라코어 오승현 대표이사 부사장과, HD현대중공업 강영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영 사장은 현재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STX중공업의 인수 추진 TF를 맡을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부사장,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부사장, HD현대케미칼 고영규 부사장이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HD현대중공업 노진율 사장은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돼 안전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들은 향후 이사회 및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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