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 사실상 협상 마무리
톤당 1만원 가격차에도 철강·조선 힘겨루기 치열
수급논리에 밀린 철강, 내년에도 수익성방어 고민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이 마무리 수순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후판 가격을 오히려 낮추게 된 철강사 고민은 깊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중국·일본 등에서 수입되는 후판이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협상에서는 수급논리를 앞세운 조선사의 가격인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딘다. 선박 수주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에도 후판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황회복 여부에 따라 철강사의 수익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후판 가격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반 수준으로 조율됐다. 이는 90만원 후반~100만원이던 상반기 대비 소폭 인하된 가격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하반기 후판 가격이 거의 정해졌다. 정확한 금액 수준은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톤당 90만원 중반이거나 이보다 1~2만원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점쳐진다.
HD현대중공업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경우 더 협상이 진행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규모 후판을 사용하는 업종의 특성상 톤당 1만원 차이로도 협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철강사의 가격 인상 논리가 조선사의 수급 논리에 밀리면서 상반기 대비 후판 가격이 인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사들은 상반기 협상이 이뤄지던 올해 5월 톤당 10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현재 30% 이상 올랐다. 또 11월 들어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 만큼 조선향 후판 가격도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중국, 일본에 비해 국내산 후판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이다. 상반기 대비 후판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중국산 후판은 통상 80만원 초반 수준에서 수입됐고 일부는 70만원 후반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중국과 함께 일본산 후판의 수입이 늘어난 것도 국내산 후판의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통상적으로 자국에서 소비되지 못한 철강재를 낮은 가격에 수출하는 일본 철강사들은 엔저 효과에 힘입어 달러 기준 더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일부 수입 물량은 중국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유통되기도 했다. 우수한 품질에 중국산보다 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산 후판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후문.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된 중후판이 200만톤을 넘어서는 등 후판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철강사의 가격 인상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한 이유다.
대부분 해외 선사는 중국산 후판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국산 후판 사용이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다만 수입산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조선업계 선박 수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조선향 후판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박은 191척(963만CGT)로 지난해 연간 수주량(294척·1633만CGT)보다 감소했으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이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카타르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대규모 LNG선 수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9월말 HD현대중공업이 17척 수주(5.3조원)를 확정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총 30척 규모의 LNG선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후판이 국내 상륙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철강사는 생산비용 증가에도 조선향 후판의 가격을 오히려 내리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내년에도 후판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회복 등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철강사들의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고민은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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