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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LS 가입자 “부지점장이 ‘희망을 갖지 말지 말라’ 했어요”

  • 송고 2024.01.31 10:56 | 수정 2024.01.31 11:30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LS 40대 가입자 “10년 이상 거래한 지점 부지점장이 상품 추천”
“은행 안내에 따르다 보니 상품 재가입자 됐다”
평생 예적금만 했는데 ‘공격투자형’으로 분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이 현실화됐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카페에서 만난 ELS 가입자 신혜정(가명)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40대 직장맘이다. 신씨가 EBN 기자를 만나 가입 상품에 대한 서류를 설명하고 있다.[EBN]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이 현실화됐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카페에서 만난 ELS 가입자 신혜정(가명)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40대 직장맘이다. 신씨가 EBN 기자를 만나 가입 상품에 대한 서류를 설명하고 있다.[EBN]

“A은행 강남 B지점 부지점장은 저더러 ‘(금감원 민원에) 희망을 갖지 말지 말라’고 훈수 두더군요. 은행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은행원은 저한테 저축보험에 가입하라고 서류를 내밀더군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이 현실화됐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ELS 가입자 신혜정(가명)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40대 직장맘이다. 1월부터 ELS 사태 대응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


자그마치 적금으로만 1억원을 모았다. 이 1억원은 은행 직원의 추천으로 ELS 상품 3개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그 돈은 이제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왜 은행원 말만 들었었냐고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기자는 신씨와 해당 지점과의 관계가 오래동안 맺어진 관계라는 점을 주목했다. 지점과는 10여년 이상 인연을 맺었다.


보이스피싱에 휘말릴 뻔한 헤프닝을 계기로 현재는 퇴사한 C 전 부지점장과 친분을 쌓게 됐다. C 전 부지점장이 발 벗고 나서줬다. 이후 그는 하나둘씩 상품을 권했고 재테크 관련 상담을 해줬다.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어서 신씨는 김장김치를 C 전 부지점장에게 싸다 주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간에 걸친 ‘관계’가 시작됐다. 그가 만난 은행원(주로 부지점장들)의 친절 패턴은 비슷했다고 했다. 신씨는 재테크와 관련된 정보와 조언을 준 부지점장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마음을 나눴다고 했다.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그러던 그에게 C 전 부지점장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500만원, 1000만원씩 적금이 만기가 되어 목돈이 만들어지면 C 전 부지점장이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적금 만기로 수중에 1억원이 들어 왔을 때다. C 전 부지점장은 저녁 6시까지 지점 뒷문을 열어놓겠으니 프라이빗뱅커(PB)룸으로 와달라고 했다. C 전 부지점장은 3년 뒤 상환되는 고금리 상품이 있다고 했다. 당시 적금 이율이 1~2%일 때 4% 이상 수익률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ELS와의 ‘악연’이 맺어졌다. 그게 2021년 3월 말께의 일이다. 4000만원짜리 2건의 ELS 상품을 가입하고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에 ELS를 2000만원어치 담았다. 신씨가 은행을 이렇게 무한 신뢰를 하게 된 것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자산을 맡기는 곳이어서라고 했다.


남편에겐 차마 알리지도 못했다. 속은 타들어 가는데 아이와 남편을 챙기면서 직장을 다니고 ELS 금융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 넣는 민원은 세 번째다. 처음엔 빨리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요약된 내용을, 두번째 세번째는 좀 더 세부적인 사항과 법위반 사항을 차근차근 공부해 작성했다.


신씨는 “ELS 가입 과정을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은행원이 어떻게 설명했으며 그 상황이 어떤 법위반을 했는지까지 근거해서 설명하려니 하나의 논설문 작성 같았어요”라고 했다. 이어 “저에게 ELS를 판 C 전 부지점장에 전화했더니 본인은 퇴사했다면서 지금은 골프장에서 운동한다고 말했어요. 그는 ELS를 팔지 말고 갖고 있으랬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신씨는 “상품계약서에 들어간 다수의 제 사인이 한결같이 똑같아요. 한 사람의 필체가 제각각 다르게 써지잖아요. 하지만 계약서에는 싸인 모양이 한결같이 같은 모양이에요”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무한대로 떨어지는 수직낙하형 투자상품이었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기억이 없고 심지어 녹취 기록이 남아 있었다. 뭔가에 홀린 듯 했다면서 신씨는 “은행과 제가 싸워야 하는 데 저를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금융감독원도 손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토로했다.


C 전 부지점장으로부터 고객을 인수·인계받은 현재 부지점장은 “두번 상처받으실까 봐그러는데 희망을 갖지 않는 게 좋으실 거예요. 변호사도 도와줄 수 없을 거예요”라고도 했다. 더 이상 은행과 대화가 불가능하겠다고 판단한 신씨는 발걸음을 국회와 금감원으로 향했다. 요즘은 새벽까지 국회의원에 탄원서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씨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자신이 겉으론 정상 계약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졸업자인데다 직장인에 공격 투자형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금감원과 국회가 고령자와 장애인 가입자 사례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은행원의 ‘가입해라, 상환하라’는 안내에 따르다 보니 재가입자가 됐는데, 재가입자라고 해서 이 상품을 다 알고 있지는 않다”고 울먹였다.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이번달 초 지점을 방문한 신씨는 ELS 관련 서류를 확인했다. 대부분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그는 본인이 ‘공격투자형’ 소비자로 체크돼 있음을 알게 됐다. 한번 한 ‘디지털 사인’이 ELS 계약서 군데군데 복붙(복사와 붙여넣기)되어 있었다. [사진=EBN]

신씨는 삼자대면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은행과 금감원, 저 이렇게 삼자대면하고 싶은데, 어떤 사람은 되고, 어떤 사람을 안 되는지 궁금해요. 민원을 세 차례 넣었지만 금감원에선 연락이 없어요. 금감원은 사회적 약자를 챙기며 정의 구현에 나섰지만, 일반인이 은행에 대한 신뢰 때문에 당한 이 사고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어요. 은행은 자기 이익만 챙긴다 치고, 금감원이 왜 이 상품을 팔게 승인해줬을 지 화가 나요”라고 전했다.


끝내 은행은 사과보다 상품팔이에 골몰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항의하러 방문한 신씨에게 B지점 은행원은 틈을 주지 않고 또다른 상품(저축보험)을 권했다고 한다. ‘아, 은행은 이런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씨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제가 이렇게 기자를 만나 제 상황을 털어놓고 금감원과 국회를 넘나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저는 전액 보상을 원해요. 아이를 키워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고 우리 부부 노후 준비도 해야 하고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피 같은 돈이에요. 저를 속인 이런 은행의 고객으로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제가 ‘예금형 성향’이라는 것을 남기기 위함이에요. 이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면 우체국으로 계좌를 갈아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ELS 사태로 어떤 교훈을 얻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씨는 “누군가 저를 도와준다고 해도 속지 말고 믿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은행과의 싸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ELS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ELS는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되는데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최대치는 10% 남짓이라 상단은 정해져 있지만, 손실을 보면 50~60%까지도 원금을 잃을 수 있어 하방이 열려있는 특이한 구조다. 은행권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문제이지 ELS 상품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파장과 비판이 커지자 5대 은행 가운데 4곳에서 ELS 관련 상품 판매를 포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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