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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線을 걷는 사람들④] 끊기 어려운 원·하청 악습 구조…"노란봉투법이 개선 첫발"

  • 송고 2024.09.24 10:49 | 수정 2024.09.24 10:55
  • EBN 조재범 기자 (jbcho@ebn.co.kr)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서면 인터뷰 진행

"대중소기업-비정규직 임금 격차 역대 최대"

"노동자들과 지속 소통, 하청 문제 해결 앞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은 제 10조에서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권리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선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그렇다.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행복을 좆아 일터에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이젠 저임금·고위험·고강도 업무를 이주근로자들에게 넘기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까지 도드라지고 있다.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 타국 땅을 밟았지만 현실은 늘 사선(死線) 위를 위태로이 걷는 신세다. 하청업체 근로자와 이주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한국 땅에 없는 걸까. 행복추구권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에 불과할까. <EBN>은 한국의 근로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하청업체 근로자·이주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폈다.<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김태선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김태선 의원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도 문제 해결에 다가가기 위한 '첫 발' 정도는 될 수 있습니다."


<EBN 산업경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최근 한국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기업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IT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융복합을 통해 전 산업군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 듯 산업 현장은 효율성, 안전성,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로봇 및 자동화 등 최신 기술 도입을 서두르며 한 단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환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원하청 구조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기업들이 직접고용은 피하고, 싼값에 노동력을 얻으며 생기는 문제들이다. 낮은 임금과 차별적 처우, 불안정한 고용 등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악습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기술탈취 및 인력 빼까기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조선업이다. 조선업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수는 이미 원청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2차, 3차를 넘어 4~5차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에 20~30년 경력을 가진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기 일쑤다. 여기에 조선업이 불황일 때는 임금 삭감과 해고 상황에 놓이기까지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이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전국 만 19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5.4%가 한국 사회에서 하청노동자가 정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원청회사가 하도급 업무를 1차 업체에 하청하고, 1차 업체가 2차→3차→4차로 업무를 주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사고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 1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올해만 4명이 사망했다. HD현대중공업(1명)과 삼성중공업(2명)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김태선 의원이 노동환경 개선에 유독 힘을 쏟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울산에서 자라며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의원은 태어나자마자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취직한 아버지를 따라 경상남도 울산시(현 울산광역시)로 이주해 미포초등학교, 현대중학교,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의원은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2000년 1.5배에서 지난해 1.9배로 확대됐다"며 "2023년 기준으로 정규직(362만원)과 비정규직(196만원)의 임금 격차도 166만원으로 역대 최대로 벌어지는 등 기업의 크기와 고용형태에 불합리한 처우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업 현장을 예로 들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 A사 사장에게 기성금을 지급하고 A사 사장은 이 기성금으로 직원 임금과 운영비 등을 지출하는 구조"라며 "A사의 노동조합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파업 등을 통해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따져보지만 소용이 없다. 행여나 A사 사장이 부도를 내고 잠적하거나 임금체불, 퇴직금미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원청에 해결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노조법 상 하청 노조는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는 구조여서다. 때문에 노란봉투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은 22대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다. 정의당이 제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으로 쌍용차 사태 노동자에 대한 노란봉투 후원에서 유래했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사태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 청구 판결을 내린 후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작은 성금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이후 시민들의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져 15억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예전처럼 월급을 받아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이에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과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재표결 끝에 자동 폐기됐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근로자 권리를 더 강화한 노란봉투법 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다만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와 정부는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노동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22대에 다시 노란봉투법을 발의하게 되면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 회의 재표결의 결과 예측보다는 여당 의원님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내 가족과 내 이웃이 바로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올해로 20년째 통과를 바라는 이 법을 통과시켜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노조법 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막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압류 때문"이라며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열악한 하청 노동자 삶을 세상에 알렸지만 파업 후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다. 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도 있었는데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노동자 기본권 보호를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과 ‘사업 이전 등에 있어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했다.


이번에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에는 사업주가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할 경우 고용형태 현황만 공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무별 고용형태, 근속연수, 직무 현황도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


‘사업 이전 등에 있어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은 사업 이전 등의 경우 △기존 근로관계 포괄적 승계 원칙 명시 △사업주의 노동자 대표와 협의 절차 의무화 △승계대상 노동자의 승계거부권, 이의신청권 부여 △기존 취업규칙 및 단체협상의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 방지 △해당 사유로 인한 해고제한 △기존 회사와 노동조합 간 체결된 단체협약 승계 등을 담았다.


김 의원은 "비정규직 사유 제한과 소위 N차 하청이라고 불리는 하청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새로운 법안 등을 동해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직 노란봉투법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며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돼도 대안 마련과 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동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동료 의원님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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