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장 대신 모교로 등교한 고3 수험생들 "뭘 더 공부하지?"
포항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면서 고3 수험생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광주 북구 고려고등학교 고3 수험생들은 16일 수능 고사장이 아닌 모교로 등교했다. 이 학교는 앞으로 1주일 동안 수험 준비를 이어가야 할 학생의 혼란을 피하고, 분실 우려가 있는 수험표를 회수하고자 등교를 독려했다.
교실에 앉은 학생은 등교는 했지만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듯 텅 빈 칠판만 멍하니 바라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안을 서성거렸다.
고3 수험생 임찬형(18)군은 "수능 연기 소식에 당황했다"며 "수능을 대비해 몸 상태를 조절하고 공부 일정도 맞춰왔는데 앞으로 1주일 동안 뭘 더 공부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학생들의 수험표를 걷으며 다독이는 한 담임은 "1주일 더 공부할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자며 학생들을 다독였다.
학생 중 일부는 등교 후 책가방을 교실에 내려놓자마자 다시 언덕길을 내려와 학교 앞 서점을 찾았다. 전날 수능을 앞두고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모두 버려 1주일 더 공부해야 할 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 서점에는 전날 수능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100여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찾아 발 디딜 틈 없었다.
보통 수능 이틀 전부터는 참고서나 모의고사 문제집 수요가 없어 반품하거나 교재를 진열대에서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수능 연기로 찾아든 수험생들로 인해 창고에서 재고 문제집을 모두 꺼냈다.
서점 주인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문제집을 계속 찾을 것 같다"며 추가로 출판사에 납품을 요청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평균 7000원 가량하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한 아름 들고 다시 교실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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