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발 불황 전망·해외 거대자본 이탈·노사갈등 등
고뇌하는 산업은행 "신속처리냐 또 다시 재매각이냐"
당초 업계의 우려대로 대우건설 매각절차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당장 몸값부터 문제다. 오는 2018년부터 본격화되는 정부 부동산 규제로 주택사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외국자본도 인수후보에서 이탈한 데 이어 매각 장기화로 노사갈등까지 표면화되고 있다.
재매각을 기약해야 할 시기이나 보류될 경우 가치하락 및 혈세낭비 논란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호반건설·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S)·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3곳의 인수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및 질의응답(Q&A)을 실시한다.
PT와 Q&A는 본입찰 전 실사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인수주체는 통상 한달여간 심의기간을 갖는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본입찰은 내년 초에나 가능하게 됐다. 당초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11월 본입찰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3개월가량 보류된 것이다.
매각 절차가 미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문제다.
산은은 2조원대의 가격을 원하고 있으나 숏리스트들의 희망가격은 1조5000억원이 못 된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친 지분 획득으로 총 3조1785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됐다. 당시 주가는 주당 1만8000원대였다.
이를 감안하면 산은이 원하는 매각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당 1만3000원대는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기준으로 5940원에 불과하다.
매물로서도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정책을 지속하는 데다 최근에는 금리까지 인상되는 등 내년 경영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대우건설의 주력인 주택사업은 내년 위축되거나 잘해야 본전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숏리스트 중 하나인 호반건설도 이를 감안해 1조4000억원대를 인수희망가로 써낸 바 있다.
아람코 및 빈라덴그룹, 페트로나스 등 중동국가 중심의 해외업체들이 인수전선에서 이탈한 것도 대우건설에는 악재다.
이들 모두 막강한 재무력을 바탕으로 한 거대 석유자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막히더라도 해외수주 사업 등에 있어서 큰 시너지가 기대됐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각국 및 회사 내부 사정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 반면 현재 숏리스트 3곳은 대우건설이 갖고 있는 기술 노하우가 없거나 건설과 관련 없는 업체들이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 가능성도 회사 매각의 불안요소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절차 투명공개 및 임금인상 등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매각이 자꾸 보류되는 것이나 경영효율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산은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조는 감사원에 산은의 경영간섭 정황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임협결렬에 따른 사상 최초의 단체행동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물론 하루빨리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노조 생각도 별 차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나 노조의 가장 큰 관심사는 주인이 누가 되느냐인데 막상 산은 측은 새주인의 재무구조나 비전 등에는 관심이 없고 매각시기와 가격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시장가격 등만 따지면 현재는 매각을 추진할 시기가 아니다. 실제로 건설업 경기나 대우건설 재무안정성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매각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 성사될지 모르는 M&A를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은에 의한 관리체제도 7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새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비금융 자회사 조속매각이라는 원칙 고수는 물론 졸속·헐값매각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인수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모순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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