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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가상화폐②]시스템 구축해놓고도…가상계좌 문 닫은 시중은행, 왜?

  • 송고 2018.01.21 00:00 | 수정 2018.01.21 00:07
  • 차은지 기자 (chacha@ebn.co.kr)

실명확인 시스템 준비…가상화폐 거래소 계약 여부 검토 중

정부와 투자자 사이 눈치보느라 신규 계좌 개설 도입 미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계좌 개설 도입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침으로 정부와 투자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은행의 실명확인 시스템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절차를 마칠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은 이달 말께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당국이 요구한 실명확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되 정부 방침을 살펴보고 추후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어 가상계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존 가상계좌들도 정리한 상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 실명확인 시스템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 여부는 부서에서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이익면에서 좋긴 하겠지만 앞으로 가상화폐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금융위원회의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 지시로 각 은행은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부처간 조율되지 않은 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이 초래됐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지난 15일부터 빗썸과 코빗, 이야랩스 등 3개 거래소에 제공했던 기존 가상계좌의 입금을 막고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도 잠정 연기할 계획이었다.

가상화폐 거래가 사회문제화되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도 실명확인 서비스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신한은행은 기존 입장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해 온 시중은행은 이달 말까지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예고한 기존계좌 입금 금지조치를 유보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빠르게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H농협은행도 이달 말까지 가상계좌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가 논란 끝에 가상계좌의 실명 확인 시스템 전환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는 일단 숨통을 튼 모양새다. 그러나 은행 스스로 부담을 느껴 계좌 제공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이달 말 가상화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신규 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재개할지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기 때문이다. 가상계좌 업무를 하고 있는 은행들은 앞으로 무거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게 된데다 쉽사리 가상계좌 업무에서 발도 빼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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