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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의 브랜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어요"

  • 송고 2018.02.07 10:26 | 수정 2018.02.08 14:47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며칠 전 식품업계 관계자를 만나 의례적으로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지요?"하고 묻자 의외의 반응이 왔다. 그는 약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요즘 안 좋습니까?"하고 또 묻자, 그는 "안 좋긴요, 잘 돌아가고 있어요"라고 힘없이 답했다. 왜 한숨을 내쉬냐고 묻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변한게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도 안 변할거 같아요. 그래서 한숨이 나와요"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몸 담은지 10년 가량 됐다는 그는 식품업계가 심각한 자만심에 빠져 도무지 아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마치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는 것이다. 서서히 달궈지고 있는 냄비 속 물에 있는 개구리는 처음에는 따뜻하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팔팔 끓는 물에 개구리는 곧 삶아 죽을 것이다.

식품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의 초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식주(衣食住) 중에 가장 중요한 '식'이 아닌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도 식품사업으로 시작했고, 껌의 신화로 불리는 롯데 역시 식품사업이 모태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경제의 맨 앞자리에 앉았던 식품산업은 이후로 점차 밀려 이제는 중간에도 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전자, IT, 화학 등이 쑥쑥 클 때 식품은 제자리 걸음만 걸었다.

이렇게 훌륭한 분야를 갖고 있으면서도 왜 성장을 못하느냐고 물으면 업계에선 나름 해명을 내놓는다. 먹거리산업이라는게 인구수 등으로 인해 규모의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 경쟁을 벌여봤자 마케팅비 등 각종 부대비용만 증가해 오히려 수익성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에서도 각 나라별로 먹거리 특색이 있기 때문에 수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연구개발 및 신제품 투자에 소홀하게 됐고, '잘하는 것만 지키자'는 인식이 팽배해 지면서 오늘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업계가 잘 얘기하지 않는 중요한 원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늙은 오너 CEO이다. 오너 CEO는 회사를 설립하고 매출이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운 장본인이다. 존경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세계경제 환경에서 오너 CEO는 신화 주인공에 도취된 채 수십년째 계속 그 자리를 맡고 있다. 흰머리가 성성하다 못해 백발이 다 됐지만 지금도 자기 감각이 최고라고 자부하며, 신제품 개발부터 신사업까지 모든 것을 도맡고 있다. 올라 오는 사업계획안들은 모두 성에 차지 않는지 십년이 넘도록 계속 보류만 하고 있다.

곳곳에서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시장에서 빅히트를 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삼양 불닭볶음면은 글로벌 수출에 힘입어 10억개 넘게 팔렸고,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서 연간 5억개 이상 팔리고 있다. 농심의 신라면은 사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여전히 인기라면으로 꼽히고 있으며, CJ 비비고만두는 미국시장에서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사례들은 국내 식품이 얼마든지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에는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 등 철저한 진출 전략과 과감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국내 식품업계는 수십년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 덕분에 모든 맛을 낼 수 있고, 얼마든지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부디 그 실력을 묵히지 말고 세계시장에서 맘껏 뽐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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