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 안정화?…하반기 전문가 전망 갑론을박
70달러 유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가스공사 웃고 화학사 울고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오른 국제유가가 지속 상승해 몇년 사이에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부터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는 유가 등락에 따른 손익계산기를 두드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배럴당 70.71달러,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78.79달러를 기록했다. 전일인 23일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9.80달러까지 올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규모 축소 전망과 북미정상회담 취소 등으로 다소 유가가 하락했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국제 운항 선박의 황산화물 오염 배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수급 불균형 영향으로 2020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이 위축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정유사인 프랑스 토탈(Total)사의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도 몇달 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더라도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가가 수개월 내 안정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OPEC의 감산이행률은 166%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감산량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황병진 연구원은 "OECD 원유재고가 5년 평균치에 근접함에 따라 하반기에는 글로벌 석유시장 수급 재균형 달성이 예상된다"며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출구전략도 조기에 논의될 수 있어 하반기 유가는 상·하방 경직성이 모두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 점진적인 안정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윤창용 연구원은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WTI는 연중 55~75달러 등락을 예상한다"며 "WTI 가격이 70달러 부근에서 미국 산업생산 확대 흐름이 목도됐고, 유가 60~80달러 사이에서 미국 비농가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양적 성장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해당 수준의 유가는 연준 목표치 근처의 적정한 물가 상승과 구매력 강화로 이어져 소비 환경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 유가 급등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는 접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업계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은 축소되고 있다. 지난 1분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주요 다운스트림 화학사들은 일제히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축소됐다.
대신증권의 박춘영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화학 제품 가격 상승보다 원가 부담과 그에 따른 마진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최근 유가 상승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요 기반을 두고 있는데다 2분기 실물지표를 통해 전세계 경기둔화 시그널이 감지돼 유가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전가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학 다운스트림뿐만 아니라 운송, 유틸리티와 철강, 건설 업체들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변동의 영향권에 있다"며 "분기 평균 67달러선에 머문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유가 상승에 오히려 영업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저유가 영향으로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실적이 악화돼 왔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만년 적자였던 호주 GLNG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락 여부에 따라 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이지만 현재 유가로 인한 화학업계 실적 악화는 단기적 요인일 것"이라며 "현재 유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가 반영이 가능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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