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제도 두고 "사내 하청식" vs "성장성 확대" 논박
한화손해보험의 SP(스피드프로)제도 운용을 놓고 내부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SP제도는 한화손보가 일부 콜센터 직원을 'SP직군'이라는 별도 신설 직군으로 배치해 자동차보상의 초기대응과 단순 사고처리 업무를 맡기는 운용방식이다.
이를 놓고 회사측은 콜센터 상담직군들이 사고접수만 하게되면 성장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서 능력되는 사람 중 희망자에 한해서 SP직군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콜센터 직원들에게 공채 임직원 업무를 맡기면서 사내 하청식 운영에 따른 사업비 절감을 꾀하는 것이라는 노조의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2016년부터 SP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P제도를 통해서 콜센터 상담직원들 중 업무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추려서 SP직무로 배치하고, 보상실무 업무에 속하는 '자동차보상의 초기대응'을 맡기고 있다.
한화손보는 콜센터 상담직군이 단순 사고접수 업무만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직원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SP직군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서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에 급여도 기존 콜센터 업무에 비해 높이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상담직군들이 사고접수만 계속 하면 성장가능성이 제한적으로 발전이 안 되니까 이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사람, 또는 능력되는 사람 중 적절한 사람의 경우는 SP직군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희망자를 받아서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화손보 노조는 사업비 절감을 위한 행보라며 각을 세웠다. 이날 한화손보 노조는 저임금으로 채용한 콜센터 직원을 'SP직군'이라는 별도 신설 직군으로 배치해 임금 인상폭은 거의 미미한 반면, 공채채용 직원들이 수행하는 '보상 직군'의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부 게시판에 게재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대구에서 저임금의 콜센터 직원으로 채용한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니까 '자동차보상'의 초기대응과 단순 사고처리를 맡기면서 새로운 직급인 SP직군을 신설해 저임금으로 고난이도 업무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상직군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자의 책임여부와 책임이 있을 시 손해액을 평가하고 지급 보험금을 산정해 내는 일련의 업무다. 경영지원, 영업관리 등과 같이 정직원인 임직원들의 직무 중 하나다. 콜센터로 입사한 이들이 경우에 따라서 보상직군의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임금의 형평성이다.
지난해 한화손보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7800만원이다. 반면 채용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한화손보 상담센터 직원의 평균연봉은 2400만원대로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화손보는 상담센터 직원들도 똑같이 정규직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일반 공채를 통해 들어온 직원들과 수천만원대의 급여차가 난다. 공채 임직원 업무의 '하청'을 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조 관계자는 "SP직군으로 가더라도 임금 인상폭이 월급여로 따지면 3~40만원 정도 수준으로 일반직군들 급여와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다. 일반직군 직원 연봉은 4~6000만원이지만 그 직원들은 2~3000만원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만약 월 100만원을 더 준다면 1200만원 차이가 날 텐데 그렇게까지 차이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SP직군 직원들의 '지역 재배치'도 이뤄졌다. 노조는 "이들(대구지역 SP직군 직원들)에게 계속 근무하기 위해서라며 지역이동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며 "설득이 여의치 않으면 하루 종일 면담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틀이고 사흘이고 면담이 지속됐다"고 피력했다.
노조는 SP직군을 도입해 성과를 높이려는 임원들이 이 같은 재배치를 유도했다고 본다. 노조는 "콜센터 직원들을 전환 운용해 사업비 절감효과를 느끼고 나서, 특정 임원이 자기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그 직원들을 전국으로 흩어놓은 것"이라며 "이 제도로 큰 실적을 올린 양 포장하기 바쁜 소수를 위해 모두가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화손보 측은 SP직군 배치가 대상 직원들의 '자율적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한 자리(대구)에서 모여 했던 업무를 전국 각각으로 나눠진 보상센터들로 배치했다"며 "강요당했다는 건 팩트(사실)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보상직원들이 하는 업무와 (SP직군 직원들의)신속보상업무는 차원이 다르다"며 "업무 난이도가 다르며 처우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손보의 직원수는 지난해 3357명으로 2016년(3371명) 대비 14명 줄었다. 직원들은 2016년 대비 1인당 평균급여가 200만원 올랐다. 한화손보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 374억원보다 21.4% 감소한 29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20.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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