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공백 6개월째…인니 석유화학단지 건설 중단
항소심에서 징역 14년을 구형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기적 부재에 그룹 주력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신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징역 14년이라는 무거운 구형으로 귀결된 가운데 미국 에탄 가격도 오르고 있어 추가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1일 재계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 10일 "신동빈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롯데가 추진하던 여러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황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조성 투자 계획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석방된 후 현지 방문을 통해 부지 확인을 거쳐야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부 사정으로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동남아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은 인도네시아 반텐(Banten)주 찔레곤(Cilegon)에 NCC(납사분해시설)를 포함한 대규모 화학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 단일 해외 사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당초 롯데는 해당부지에 4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할 계획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 소유 부지(50만㎡)를 매입하면서 토지 문제도 해결했으며 그해 LC타이탄의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으로 약 1조원의 현금도 챙겼다.
그러나 신 회장 부재로 최종 투자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착공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는 앞서 지난 2016년 경영 비리혐의와 관련한 전방위적인 검찰수사에 부담을 느껴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포기하는 등 투자 기회를 놓친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신 회장이 다음달 5일로 확정된 항소심에서도 법정구속을 면치 못 할 경우 각종 사업 투자 이행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의 꾸준한 에탄분해시설(ECC) 증설도 부담이다. 원료가격도 올라 롯데케미칼이 미국 ECC의 덕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석유화학회사들이 앞다퉈 에탄분해시설을 증설하면서 롯데케미칼이 에틸렌 공급과잉에 휘말리거나,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석유화학회사들이 에탄분해시설을 잇달아 증설하면서 원료인 에탄가격이 앞으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에탄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원유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보다 에탄분해시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ECC 원료인 에탄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 에탄 가격(지난달 23일 기준)은 갤런당 40.75센트(FOB Mont Belvieu)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4년 2월 21일 이후 4년래 최고치다. 최근 5~10년간 에탄 크래커 증설이 활발히 이뤄져 수급이 타이트해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업스트림 측면에서 NGL(natural gas liquids) 생산이 늘어났으며 병산되는 에탄 가격은 하락했는데, 미국은 저가 에탄을 활용하기 위해 신규 에틸렌 생산 설비를 증설했다.
여기에 미국의 에탄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한 변화 또한 에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2년 미국의 에탄 수출은 전무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일평균 18만1000배럴이 수출됐으며 이러한 여건으로 에탄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신 회장의 부재로 최종 투자 결정이 미뤄지면서 1년 6개월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라며 "대외적 여건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투자심리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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