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내몰리는 한계차주 대상 중금리 정책상품 신설…'상시채무조정제도' 도입
채무감면율 상향·특별감면제 도입 "우량차주는 민간 중금리 대출시장 흡수 유도"
정부가 고금리에 내몰리는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비교적 우량차주는 민간 중금리 대출 이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서민금융지원체계를 개편한다.
금융위원회는 실제 서민층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지원체계를 위해 ▲서민자금 공급체계 개편▲신용회복 지원제도 개선 ▲서민금융 전달체계 개선 ▲안정적 재원확보 등 4대 부문에 걸친 20대 추진과제를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시장에서 배제된 저신용층에 대한 지원 강화와 상대적 우량차주의 민간 중금리 대출 이용 유도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동안 서민금융은 실적확대에 치중해 부실위험이 낮고 지원이 용이한 상대적 우량차주에 지원이 집중돼왔다. 이에 따라 정책자금의 약 62%가 신용등급 6등급 이상에 지원됐으며 약 300만명의 한계차주는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에 노출되는 문제가 지적됐다.
금융위는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워 대부업·사금융 등에서 20% 중반 고금리 이용이 불가피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상품을 신설한다.
이 상품은 대출당시 금리를 10% 중후반대로 하되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매년 1~2%의 금리를 인하해 만기(3~5년)시에는 제도권 금융으로 연계를 지원한다.
최하 신용자를 위한 최종적인 지원상품인 만큼 금융위는 상환여력 뿐 아니라 자금용도, 상환계획·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저신용자의 과다부채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지원 전 재무진단을 의무화한다.
반면 상대적 우량차주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민간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고 기존 정책상품의 과도한 혜택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책상품의 금리상한은 10.5%인데 이용자들이 큰 부담 없이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민간금융시장의 10% 초중반대 중금리 대출을 오는 2019년 7.9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그동안 민감금융기관은 중·저신용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20%대 고금리를 부과해왔으며 이로 인해 중금리 시장의 공백현상이 발생했다.
금융위는 인센티브 강화, 보증부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공급 확대 등 중금리 활성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민간 중금리 대출 확산 추이를 감안해 현 정책상품의 금리를 조정하는 등 혜택을 점차 줄여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저신용자 지원자금에 활용하고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에도 기존 이용자의 금리수준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변제호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저신용자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고 고금리 대출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전반적인 대부업의 금리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라며 "이 상품을 위해 연간 약 1조원을 공급하는데 전체적인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1조원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 우량차주는 사업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고 있어 상환 능력이 있는 반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저신용자들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서민금융지원이라는 정책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상대적 우량차주는 시장에서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차주가 저신용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상시 채무조정제도'도 이번 개편안을 통해 도입된다.
현재는 연체등록·신용등급 하락이 이뤄진 연체 90일 이후에나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한데 이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차주까지도 사전에 이를 조정하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법원도 지난 6월 개인회생의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며 감면율을 높인 만큼 금융권도 자율적인 채무조정제도로 채무자 지원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차주가 연체우려 단계에서부터 신용상담·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가피한 상황으로 연체에 빠진 차주는 조속히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채무감면율을 지난해 29%에서 오는 2022년에는 4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실상 변제능력이 없는 소액연체자의 경우 일정기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면 잔여채무를 면제하는 특별감면제도 도입한다.
변제호 서민금융과장은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등급은 바로 하락하는 반면 이를 회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연체 발생 이전에 채무상담을 지원함으로써 저신용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소액연체자의 대부분은 한 달에 2~3만원씩 채무를 상환하는 저소득층인데 이들 소액연체자가 일정기간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면 잔여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서민들이 지원 프로그램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맞춤형 홍보·전달체계도 구축된다.
금융위는 상담·지원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기존 상담센터를 통합·정비하고 종합 재무진단 기능을 도입해 소비자별 최적상품 추천기능을 강화한다.
현재는 기능과 역할 배분에 대한 고려 없이 인접지역에 통합·종합 상담지원센터가 병존하고 있어 센터간 불균형이 심화됐으며 원스톱·종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치한 통합지원센터는 여러 기관 소속직원으로 구성돼 운영상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위는 서민금융지원채널을 통합지원센터 중심으로 개편하고 효율적 조직·인력 관리체계 마련에 나선다.
개편되는 서민금융지원체계에 맞춰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도 마련된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일부업권만 한시적으로 참여하는 출연제도를 은행 등으로 확대하고 연 2000~3000억원 수준의 상시 출연제도로 개편한다.
이와 함께 서민금융재원으로 출연 중인 금융권 휴면자산(예금·보험금 등)의 출연대상 기관 및 출연자산범위를 확대하고 5년 이상 장기 미거래자산의 운용수익을 새로 활용한다.
금융위는 이해관계자 및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2019년 정책서민자금 공급체계, 신용회복 지원제도, 서민금융 전달체계 등 3대 분야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안정적 재원확보 분야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협의를 통해 세부방안을 확정해 대부분의 과제가 오는 2020년까지 시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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