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자로…금감원, "보험사들 상품·약관 재정비하는 계기되길"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을 올해 첫 금융권 종합검사 대상으로 검토 중인 가운데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출신 고문을 영입, 눈길을 모은다. 한단계 높은 차원의 상품 개발과 사업 의지를 밝혔다고 볼 수도 있어서 주목된다.
8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1월부터 박병명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상품 담당 고문으로 신규 임용했다.
박 신임 고문은 1954년 남원 출생으로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보험감독원을 거쳐 금융감독원 상품계리실장·보험검사2국장·조사2국장·보험감독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전북은행 감사와 KB손해보험(옛 LIG손보) 상근감사위원을 지냈다.
삼성생명이 박 고문을 영입한데는 지난해 발생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을 겪으며 금감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상품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금감원은 약관 부실을 이유로 삼성생명 등 모든 생보사에 과소지급액을 일괄지급하라고 권고했고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이에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약관을 잘못 만든 귀책사유는 인정하면서도 1조원 가까운 돈을 토해내란 것은 과중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사태는 삼성생명에 돌입될 종합검사와도 연결돼있다. 이르면 오는 3월 삼성생명이 금감원 종합검사를 받게 돼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 1순위로 삼성생명을 꼽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몇 년간 자살보험금이나 즉시연금 지급과 관련해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금융권의 중론이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종합검사를 받은 지 약 4년이 지났다. 시기적으로도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박 고문을 영입한 것에 대해 복합적인 시각을 내놨다. 우선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봤다. 상품과 약관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인지한 후에야 상품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면 충실한 상품개발 시스템이 필요했었다는 얘기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과거 허술하게 제작한 상품들의 문제가 이제야 불거지기 시작하니까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해 방패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문제가 터진 다음에 시스템을 보강하게 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됐지만 지금이라도 보험사의 상품 약관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킨 금감원은 올 한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로, 뒤틀린 금융시장을 바로잡아야 하는 중대 미션을 안고 있다"면서 "그런 금감원의 소명을 알고 있는 선배가 삼성생명을 방어하기 위한 고문으로 간 것에 대해 금감원 후배들은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박병명 신임 고문은 상품개발을 중심으로 한 경영 자문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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