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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알'권리 vs 보험사 '알리지 않을' 권리…'격돌'

  • 송고 2019.03.06 06:00 | 수정 2019.03.06 09:4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금융당국 잇달아 보험 혁신방안 내놓으며 수익률 공개·약관개선 제시

전문가 "불완전판매비율·사업비율이 낮은 보험사 유리한 환경될 것"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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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 혁신 작업이 소비자 '알권리'와 보험사 '알리지 않을 권리' 간의 격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으로 완전판매를 이끌겠다는 게 혁신의 본질이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 공개는 사업기밀 노출과 같다며 당황했다. 소비자 알권리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면 불완전판매비율과 사업비율이 낮은 보험사가 유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보험 전문가들로 꾸린 '보험약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달 말 개선점을 취합할 계획이다. TF를 꾸린 배경은 보험사 중심으로 작성된 보험 약관이 너무 길고 복잡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가 마련 중인 방안에는 앞서 금융감독원에서 내놓은 보험 혁신안과 달리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 사안도 담겼다.

금감원도 보험을 주축으로 하는 혁신 방안을 앞서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질수익률 제공방안'이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올해 12월31일부터 펀드·특정금전신탁·투자일임·보험·연금저축 가입자가 운용실적 보고서 첫 장에서 '표준 요약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표준 요약서는 금융상품의 운용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과 서식을 표준화한 보고서다. 표준 요약서에는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납입원금 대비 실질수익률, 금융사가 가져간 비용·수수료, 평가금액, 연평균수익률, 환매예상액(해지환급금)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이같은 개선 방안이 제시된 것은 현재 금융 판매 구조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서다. 금융사가 어렵고 복잡하게 제공하는 정보로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통해 얻는 실질적인 수익률을 확인하기 난해하고, 다른 상품과의 비교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사업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고객들이 납입한 돈을 모두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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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변액보험의 투자원금 공개는 기업의 원가 공개와 마찬가지여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지만 외국에서도 변액보험의 투자원금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변액보험은 약간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액 투자되는 적립식펀드와 달리 보험영업을 위한 사업비를 떼기 때문에 실제 투자되는 돈은 납입금의 80~90% 수준이다. 소비자는 이를 모르고 전액 투자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아 민원이 자주 발생해 왔다.

현행 약관개선 TF도 마찬가지다. 보험사 중심으로 작성된 보험 약관이 너무 길고 복잡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약관 개선과 순화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 영업 부문에서 상품 구조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충족시킬 의무를 다 하지 못해서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혁신 방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보험업계의 고민은 크다. 보장성 변액 상품의 비용을 공개한다는 것은 제조업으로 치면 권장소비자가와 원가를 동시에 제시하는 것과 같아서다. 원가는 영업 기밀에 속하고 사업비는 해당 보험 영업에 드는 비용을 뜻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알리고 싶지 않은' 권리인 셈이다.

특히 보험 상품 특성상 일반적으로 판매 초기에 사업비를 떼어 운용하기 때문에 원금 회복까지는 상당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수익이 쌓이는 구조(실질 수익률)가 공개되면 보험사는 신규 가입 수요 축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보험사의 '알리지 않을' 권리 간의 격돌은 보험사 손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표준 요약서 전격 도입시 불완전판매분에 대한 쏠림 해지현상이 나올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일시적인 해약금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매 수수료율이 낮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변경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임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불완전판매비율과 사업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이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상대적인 약진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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