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및 해외 투자자 '반대' 의견
조회장 이사회서 퇴출…경영권 수성 실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권 수성에 실패했다. 20년을 지켜온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7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 57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을 가진 주주는 의결권 위임 포함 5789명, 주식 기준 7004만 956주로 73.84%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날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35.9%의 주주가 사전에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과 해외 투자자 등의 반대 의사가 사전에 반대표를 던졌고 이로써 당일 참석 주주들의 찬반 의견이 별도 집계없이 안건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조 회장의 연임안을 두고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된 바 있다. 사측과 조 회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국민연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외국인 주주, 소액주주 등이 대립하는 구도였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측은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3.35%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전날 저녁 국민연금이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반대로 크게 기울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6%를 가진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올해 대한항공과 관련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을 검토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사전에 의결권 방향을 공개키로 했고 반대 입장을 미리 밝혔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견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총수 일가의 '갑질
경영'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으며 현재 270억 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약 20% 비중인 해외 투자자도 반대 의사를 내놨다.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등 해외 연기금들이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56%의 지분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역할도 반대파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등을 문제 삼아 조 회장 연임을 반대했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모아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날 주총은 어느때보다 주주들의 참석이 많았다. 소액주주들의 직접 참여가 늘면서 주주 확인 절차가 지연돼 시작 일정을 다소 넘겨 9시 11분 시작됐다.
조 회장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국민연금의 반대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조 회장의 연임 실패는 대기업 총수가 주주들 손에 물러나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동시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오너의 경영을 배제한 첫 케이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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