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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이사 연임 실패…그룹 경영권 향방은?

  • 송고 2019.03.27 11:53 | 수정 2019.03.27 14:00
  • 이혜미 기자 (ashley@ebn.co.kr)

조 회장, 한진칼 통해 여전히 그룹 지배력 행사 가능

지배구조 개선 압박 거세…횡령 혐의 확정시 '흔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그룹의 경영권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 57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이사회에서 배제되고 20년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된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을 가진 주주는 의결권 위임 포함 5789명, 주식 기준 7004만 956주로 73.84%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이날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이날 참석 의결권 기준 35.9%의 주주가 사전에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과 해외 투자자 등의 반대 의사가 사전에 반대표를 던졌고 이로써 당일 참석 주주들의 찬반 의견이 별도 집계없이 안건이 부결됐다.

조 회장 연임 실패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전날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하고 이를 사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 1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주총으로 대한항공의 등기이사 직함을 내놓으면서 대표이사직을 물러나게 됐다.

다만 경영 일선에 참여하며 회장직을 유지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조양호 회장의 거취가 결정된 것은 없다"며 "대한항공에서 회장직으로 유지하실지는 추후 논의할 내용이나 전체 그룹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는 이번 연임 실패건이 대기업 총수가 주주들 손에 물러나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동시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오너의 경영을 배제한 첫 케이스가 되는 등 여러 의미가 있는 만큼 조 회장이 미등기 이사로 대한항공 회장직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손을 뗀다면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참여는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만이 남게 된다. 앞서 지난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갑질 논란'에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 한진 일가의 대한항공에 대한 직접적인 경영 참여는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여전히 그룹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진칼에 대해 28.7%(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걸림돌은 있다. 29일 있을 한진칼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변경을 추진한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에 압박을 받고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날 소액주주의 위임을 받아 주총에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연금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국민이 유권자로서 정권을 바꾸듯 주주들이 유권자로서 주총에서 좋은 경영진들을 뽑는 노력을 하면 지배구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조현아 씨 등 조 회장 일가가 경영적인 자질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런 경영 능력이 없는 분들이 자녀라는 이유로 경영에 들어와서 회사를 망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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