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10년간 英美 금융감독 기구 예산 2~2.5배 늘려
한국 금감원 40% 증가에 불과…이같은 상황에서 혁신금융 확대
내부통제 미비, 모럴해저드로 촉발된 DLF·라임 사태가 금융당국 실패란 지적이 제기된다. 급격한 규제 완화에 누락된 투자자 보호장치, 모험자본을 주시하지 않았던 '워치독'이 문제였단 얘기다.
하지만 반대쪽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한계론을 꺼내든다. 우리 금융감독 기구로부터 완전성을 기대하기엔 예산과 자원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국과 달리 주요국 금융감독기구 예산은 2008년 발생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됐다.
선진국은 세계금융이 실핏줄처럼 엮여 있고 첨단파생상품이 국경없이 뻗어나간 점을 감안해 감독당국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적극적인 위기관리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점으로 다가온다.
18일 ebn이 주요 국가 금융감독기구를 조사한 결과 2008년(금융위기)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예산이 늘어난 곳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집계됐다. SEC는 기구 예산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906백만 달러에서 1855백만 달러로 상향했다.
당시 SEC는 금융사들의 '머니게임'을 뒷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또 금융 위기 재발을 막고 관련 투기금융을 차단하는 데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은 감독당국의 구조조정으로 국영기업으로 변모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더 큰 폭으로 예산을 확대 편성됐다. 영국 통합금융감독기구(FSA)는 2008년 301백만 파운드에서 2018년 756백만 파운드로 1.5배 상향했다.
당시 영국은 재정위기를 겪던 상위은행 RBS에 200억 파운드(한화 29조3000억원), HBOS에 100억 파운드(15조4400억원), Lloyd TSB에 70억파운드(10조8000억원)에 구제금융을 투입해 3개 은행을 국유화했다.
금융위기 이후 독일 연방 금융감독청(BaFin)도 예산을 1.4배 가량 늘려 감독 자원을 강화했다. 독일은 BaFin과 연방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협력과 견제로 감독의 효율성을 높인 체계다. 분데스방크는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현장검사를 포함한 상시감독을, BaFin은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와 제재 권한을 가지면서 특별검사를 실시한다.
한국 금융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기 이후 예산이 0.4배(40%) 느는 데 그쳤다. 2008년 2593억원에서 2018년 362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부실투자 사태를 비롯해 동양그룹 CP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때마다 여러 대책 방안이 쏟아졌지만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근본적인 대처방법과 시스템 마련 및 금융소비자 인식 확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독 기구에 몸 담고 있는 구성원 사명감에만 기대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야를 막론하고 적절한 자원과 투자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 분야는 지속적으로 유지, 성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관료와 금융감독자 개개인 사명감에 기댈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란 얘기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지난 50년간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금융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당초 실물경제를 돕는 조력자에 머물던 금융산업이 신자유주의를 거쳐 경제무대에 독자적으로 서는 금융권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다. 제조업 등 실물경제는 본업을 이탈해 금융투자자에게 수익을 전달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저금리 장기화에 모험자본 확대책과 코스닥 벤처펀드 활성화에 나섰다. 모험자본에 대한 감독견제를 간과한 채 투자자 보호장치에도 소홀했다. 그러면서도 혁신금융 확대도 나선다.
금융당국은 벤처기업·유망산업·핀테크 등 1000개 혁신기업을 선정해 3년간 투자 15조원, 대출 15조원, 보증 10조원 등 총 40조대 금융을 지원한다. 금융권 일부에선 혁신금융에서 제2, 제3의 라임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 방향, 미흡한 감독 속에서 모험자본과 코스닥 활성화로 좀비기업이 채권 발행을 남발해 결국 펀드발 분식회계 및 디폴트가 발생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확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근본적인 대처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라임 사태가 금융감독체계 질적 개편과 감독 자원 향상에 있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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