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인사권 개입 여지 없는데…사퇴 경영자들 "새 회장 인사권 존중"
신경부리 원칙에 의문…'신용부문은 독립적인 경영 필요' 낯 뜨거운 주문
농협중앙회에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물갈이 됐다. 안팎에서 '농협중앙회 횡포'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중앙회 지도부가 지난 1월 이성희 신임 회장으로 교체된 직후, 총 7명의 계열사 집행간부가 짐을 쌌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최초로 3연임에 성공했던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임원추천위원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새 임기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사임했다. 금융권에서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농협은 새 회장 당선 때마다 물갈이 인사가 있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이미 임추위 추천과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가 시작된 CEO까지 사임시켰다. 이를 두고 농협의 '신경분리(금융 부문인 신용 사업과 유통 등 경제 사업의 분리)' 원칙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대표,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7명의 임원이 일괄 사퇴했다. 이는 역대 신임 중앙회장들이 단행한 인사폭 중 최대 규모다.
그간 농협중앙회는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 요직 임원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는 관행을 이어왔다. 전임자인 한호선(강원), 원철희(충남), 정대근(경남), 최원병(경북), 김병원(전남) 등이 새로 선임될 때마다 주요 계열사와 부서의 물갈이가 단행됐다.
이는 선임 방식 자체가 다른 금융지주 인사들의 거취도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선임 절차상으로는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으에도 이뤄져 온 구태다. 이대훈 전 행장은 사의 표명 이유로 '새 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로 떨어져 나왔다. 농협은행장의 경우 절차상 농협금융 임추위에서 경영승계절차를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가린 뒤 농협은행 임추위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농협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한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선출직인 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또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의 100% 주주다. 농협은행장 인선에서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단일주주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의 신용(금융) 부문은 금융사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일괄 퇴진 사태는 이를 무색하게 한다. 이번 인사로 농협의 신경분리로 탄생한 농협금융이 여전히 중앙회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게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농협의 신경분리 원칙에 의문이 생기는 가운데 다음 달 임기 만료가 예정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임 인선 과정에서 이성희 회장의 입김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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