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 주택담보대출 막차 수요 몰린 영향…12·16대책 효과 3월부터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9조원 이상 급증했다. 역대 최대 폭의 증가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직전에 '막차'를 탄 대출이 증가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의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901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4년 이후 16년만에 사상 최대치다.
통상 1~2월은 계절적 특성상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는데, 이러한 흐름을 역행한 것이다. 최근 2년간 2월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보면 2018년 2조5000억원, 2019년 2조5000억원으로 2조원대에 불과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어 올린 건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65조7031억원으로 직전달 대비 7조8000억원 늘었다. 주택전세·매매 및 입주관련 자금수요와 비은행 대출 대환수요가 영향을 미치며 증가 폭이 직전달(+4조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15년 4월(+8조원) 이후 최대 규모 증가 폭이다.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거래는 약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수요로 이어진다"며 "대부분 12·16 대책 이전 주택거래에 따른 자금수요가 2월 중 은행 가계대출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12·16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3월 이후 대출 흐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며 "3월 이후 은행 가계대출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는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에도 지속된 집값 상승세에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 역시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늘어난데다, 정부의 12.16 대책이 본격화되기 전 주택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주담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12월 1만1000호, 올 1월 6000호로 집계됐다. 경기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1월 2만1000호, 12월 2만1000호, 1월 2만1000호 등 석달 연속 높은 거래량을 나타냈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지난달 2만3000호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거래와 신규 입주물량 증가로 관련 자금수요가 확대되고, 12.16 대책 이전에 주택매매 거래가 증가했다"며 "통상 주택매매 이후 2~3개월간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2월까지 계속 주택자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5000억원 늘었다. 설 관련 결제자금 수요, 주택거래 관련 자금수요 영향으로 다시 증가 전환했다.
기업대출은 직전달(8조6000억원) 대비 증가규모가 5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세는(+5조3000억원)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채는 견조한 투자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의 대규모 발행이 영향을 미치며 순발행 규모가 1월 1000억원에서 2월 3조3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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