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1월 주담대 진정속 신용대출 잔액 122조, 전년比 12.1% 증가
분할 LTV 규제에 쪼그라든 대출금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로' 부채질
정부의 부동산 규제 때마다 막지 못한 '대출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 초강력 대책으로 여겨지는 '12·16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수그러든 모습이지만, 신용대출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수요자들이 줄어든 주담대·전세대출 한도만큼을 신용대출로 받는 우회 전략이 늘어나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한국카카오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1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2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1% 늘어난 것으로 1월 기준 2018년(15.4%)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일반신용대출은 2017년 주담대 규제 강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이듬해 증가율이 전년 대비 두 배(11.6%) 가까이 뛰었다. 이후 다시 7%대로 증가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11%)을 기점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다른 가계대출과 비교해보면 '역주행'으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6개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9% 늘어 지난해(8.5%)보다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역시 증가율 1.9%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주담대 증가율도 8%에 머물러 지난해(7.9%)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직후인 2018년 10월 은행권 기타대출(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은 4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당시 은행권 총 가계대출 증가분 7조7000억원에 포함된 것으로 주담대는 이보다 작은 3조5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기타대출이 주담대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당시 기타대출 증가폭은 월별 증가폭으로도 관련 통계가 집계되 2008년 이후 가장 큰 수치였다.
이 가운데 특히 신용대출이 2조9천억원 증가했다. 올해 1조원 안팎에 머무르던 월별 신용대출 증가 폭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8월의 역대 최대치(2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당시 한국은행과 금융위는 "신용대출 급증은 9·13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둔 '막차타기' 수요에 계절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동산 대책 이후 꾸준히 신용대출 급증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줄어든 주담대·전세대출 한도만큼 신용대출을 받는 우회 전략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앞서 정부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을 9억원 이하분엔 40%, 초과분엔 20%를 적용했다.
예를들어 시가 11억9000만원인 아파트 매수 시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LTV)이 주택가격의 70%까지 나와 8억33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대책 이후에는 9억원까지는 LTV 40%를 적용해 3억6000만원이 나오고, 나머지 2억9000만원에 대해서는 LTV 20%가 적용된 5800만원을 더한 총 4억1800만원만 받을 수 있게 됐다. LTV 일괄적용 때보다 4억1500만원 줄어든 셈이다.
여기서 부족한 자금대출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로 메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5%대로 주담대(2.45%·2019년 12월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부채 질이 악화될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은행권이 아닌 2금융권으로 넘어갈 경우 신용대출금리는 10%포인트 이상으로 커져 심각성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으로 담보대출이 묶이면서 신용대출 쪽으로 수요자들이 넘어가는 현상은 관련 대책 때마다 나오는 문제"라며 "부족한 자금을 높은 금리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가계 대출의 부담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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