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왔으니 예견된 사고로 봐야겠네요."
"3%룰이 대주주 횡포를 막겠다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애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만 늘어났어요. 참으로 씁쓸할 따름입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두고 곳곳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는 자조 섞인 전화 너머 분노마저 느껴지는데, 그 마음도 언뜻 이해가 간다.
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 주총을 열고, 또 끝내 좌절한 국내 상장사들의 이야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상장사 315곳이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지난해 149곳 대비 2배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 3년째를 맞아 감사 선임 시기가 대거 맞물린 것이 컸다. 동시에 기존 3%룰에 막혀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감사대란이 불거졌다.
문제는 '3%룰'의 칼날이 되려 중소 상장사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3%룰이 소액주주의 비율은 높고 기관 투자가의 지분율은 낮아 취약한 지분 구조를 지닌 중소 상장사들의 주총 부담을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총에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12월 결산 상장사중 '코스닥' 상장사가 250곳으로 집계 됐다. 코스피 상장사 65곳 대비 3.8배 많은 수치다.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의결정족수 부족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전자투표' 마저 확실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12월 결산 상장회사 2029곳의 중 이번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된 회사는 총 340개사(16.8%)로 집계됐는데, 이중 85.0%인 288곳이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안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기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3% 룰에도 정작 대기업들은 끄떡없이 주총을 잘 마무리한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한 소액주주들이 많고 이들의 주식 보유 기간도 3개월 정도로 짧아 주총에 대한 관심이 낮다"며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코스닥 상장사들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데 정말 이 사실을 정부만 모르는 건가"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제 이쯤 되니 "바뀌지 않고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는 가장 명쾌한 구절을 해답으로 삼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현 상법을 두고 재벌 개혁에 유용하다느니, 기업 옥죄기라느니 등의 논쟁은 이미 충분히 한 듯 싶다.
과연 정부와 국회는 60년 묵은 '3%룰'과 2017년 폐지한 '섀도보팅'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정녕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올해 무더기 부결 사태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상장사들은 다름아닌 '우리' 기업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내년에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태도는 소위 '목숨' 걸고 경영하는 국내 상장사들을 대하는 정당한 예우가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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