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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돈가뭄'…대형사 ELS·중견사 채무보증에 '발목'

  • 송고 2020.04.14 13:38 | 수정 2020.04.14 13:39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삼성·한투·KB·미래에셋순ELS 발행잔고 높아…헤지비용 우려

메리츠·신금투·하금투·KB, 전체 중 채무보증 비중 최대 수준

코로나19 판데믹 여파로 증권사들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사들은 주식연계증권(ELS) 발행 잔고가 높아 헤지비용을 감내해야 하며, 중견 증권사들은 채무보증 잔고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BN

코로나19 판데믹 여파로 증권사들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사들은 주식연계증권(ELS) 발행 잔고가 높아 헤지비용을 감내해야 하며, 중견 증권사들은 채무보증 잔고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BN


증권사들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사들은 주식연계증권(ELS) 발행 잔고가 높아 헤지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중견 증권사들은 채무보증 잔고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증권업계가 취합한 ELS 증권사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증권의 ELS 발행잔고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삼성증권이 7조5000억원대 잔고를 기록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6조원, KB증권이 5조9000억원, 미래에셋대우가 5조7000억원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3조8000억원대에서 4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세계 증시 폭락으로 ELS 운용 손실이 커지면서 이들 증권사들이 감내해야할 손실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로 판단된다. 지난달 해외 ELS 기초지수가 폭락으로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조단위급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현금성 자산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헤지 비용은 천억원대에서 수백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별 ELS 헤지 비용이 삼성증권 1890억원, 한국투자증권 890억원, 미래에셋대우 460억원, NH투자증권 2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자체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가 손실폭도 클 것이며 이 비중이 0%인 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 4사(삼성한국미래NH) 1분기 ELS 헤지 비용은 342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중 기업어음(CP) 발행 등 유동성을 확보해 둔데다 지수가 반등하면 지급했던 증거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KB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리스트로 제시했다.

중견 증권사들은 채무보증(우발채무)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중견 증권사들은 대형 투자금융을 지향하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 위축과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도는 현재 지난달 말에서 이달 달까지 12조원에 달하는 단기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이에 대응할 증권사 차환발행(롤오버)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련 증권사들은 최악의 경우 매입약정(유동성 공급)이나 매입확약(최종상환 보증)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증권사들이 자본시장 중개 및 보증인 역할로 각종 수수료 수익을 챙기며 사세를 키워왔지만 시장 이변으로 그동안의 질서와 사업 패턴이 깨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권사 지난해말 기준 채무보증 잔고는 46.2조원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는 메리츠증권(8.5조)이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5.2조), 하나금융투자(4.4조), KB증권(4.1조), 한국투자증권(4조원), NH투자증권(3.6조), 삼성증권(3.5조) 순이다.

채무보증은 매입확약, 매입보장약정, 지급보증, 채무인수약정으로 이뤄져있다. 주로 매입확약과 매입보장약정이 채무보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입확약은 유동성 공여 외에도 유동화 증권의 부실 발생 시 신용공여를 제공하며 매입보장은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시 유동성만 제공한다.

매입보장은 보통 대출채권에 대한 건설사에 대한 보증을 포함하며 보증사 신용등급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유동화증권 매입 의무에서 면제된다.

증권사엔 유동성 제공과 신용공여가 합성된 매입확약이 가장 큰 골칫덩이로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45%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잠재된 시한폭탄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월 권고기준을 100%로 제한하고 그보다 하회하는 증권사에 대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박혜진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증권사 비즈니스모델은 브로커리지에서 IB, PI(자기투자) 위주로 크게 변화했지만 코로나 영향은 성역이 없어 IB, PI, ELS, 이자이익, 채권관련수익 등 사업 전 부문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됐을 때 유동성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로나가 종료되기 전까지 증권사 실적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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