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악재 속 전자업계 성장
언택트 수요 증가에 실적도 비교적 선방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전자업계도 이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수요 확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가전 등 전자 부문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덕분이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가 눈부셨던 한 해다.
◆5G·중저가폰 강화…스마트폰 기대 이상 '성과'
연초 코로나19로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제외하고 올해 전체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선전했다. 몇 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은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도 겹쳐 위기감이 컸지만 예상외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12억6000만대 수준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에 수요가 감소했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다만 2분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예상했던 전망치인 11억9000만대 보다는 상향된 수치다.
세계 곳곳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시장에 지원금을 풀면서 하반기부터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폭발) 효과가 발생한 영향이다. 제조사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가격을 다소 낮추고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것도 한몫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하반기부터는 선방했다. 특히 애플의 신제품 출시가 늦춰지고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면서 이 빈자리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각종 폴더블폰과 5G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3분기에는 분기 출하량 8800만 대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고 IT·모바일(IM)부문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강화하면서 신흥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적자폭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까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약하다는 평가다.
내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더블폰'과 '롤러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을 계속 출시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화웨이 '긴급주문' 덕에 극복
올해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심화되면서 반도체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이에 우리나라 수출을 책임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기감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도 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향 범용제품의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계속됐고 반도체 가격은 1월 2달러 후반대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가격이 올라가고는 있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국가들이 봉쇄조치를 들어간 만큼 상승세는 아직 더딘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 업황이 더욱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대비해 반도체 선구매에 나선 덕분이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 등이 늘어나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까지 기대되고 있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보다 41.9% 증가한 10조1611억원,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267.2% 늘어난 8667억원이다.
올해는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도 늘어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됐다.
국내기업 이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는 특수 반도체를 만드는 자일링스를 39조원에 인수했고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개발 기업 ARM(암홀딩스)을 인수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호황기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8.4% 증가한 4694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콕 수요 증가에 '펜트업 효과' 폭발
가전업계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펜트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집콕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외부에서의 시간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필요한 가전을 사게된 것이다.
특히 집에서 드라마 또는 영화를 즐기는 소비자 덕분에 대형TV 수요가 급증했고 요리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냉장고·식기세척기·오븐 등 각종 가전 수요가 폭발했다.
이 영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삼성전자에서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CE 부문은 3분기 분기 최대치인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LG전자는 생활가전 분야(H&A)에서 영업이익 671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가전 시장이 오히려 특수를 누리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셈이다. 건조기·무선청소기·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수요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집안에 맞춘 인테리어 가전에 대한 트렌드도 생겨났다. 삼성전자는 나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을 위한 비스포크 등 '취향가전'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홈파티·홈쿡·홈짐 등 집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최적화시켜주는 제품들을 선보인 것.
LG전자 역시 'LG 오브제컬렉션' 브랜드로 인테리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소비자 트렌드를 노렸다. LG 오브제컬렉션은 하나씩 모아 전체를 완성하는 신개념 가전 컬렉션으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만든다.
내년에도 코로나19 팩트업 효과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지 멈출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만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를 강화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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