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서 10조 빠지고 은행에 30조 늘어나…"투자처 찾는 대기자금"
직접투자서 간접투자로, 주식형·채권형 펀드 2조씩…비트코인 이동도
시장금리가 오르고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던 돈이 다시 빠져나오고 있다. 일단 유동자금은 시중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최종 목적지는 은행 예금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지만, 예금금리는 여전히 0%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머니무브 현상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대출 축소 기조와 함께 활황이던 주식시장도 박스권에서 횡보 중이다. 또 대어급 기업공개(IPO)도 당장에는 없어서 투자자들이 잠시 숨 고르기 중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일단 지난 1월 빠져나갔던 자금이 은행으로 흘러들고는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단기자금이 주로 머무는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638조239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609조2868억원)보다 28조952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비 1월 말 요구불예금이 6조3000억원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상승이다.
정기예금도 3조4552억원(626조8920억→630조3472억원) 불어났다. 다만, 직전달인 1월, 연초에도 불구하고 전월보다 5조5156억원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라고 보기 어렵다. 통상 연초에는 예·적금 등 저축 상품이 크게 늘어나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정기적금은 지난달보다 더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조6488억원에서 36조5555억원으로 4조933억원 감소했다. 직전달에는 6722억원 줄어든 바 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은행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빠져나오고 있는 돈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처를 고르지 못한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주식시장은 한때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될 정도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74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던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말 63조9000억원까지 10조원 이상 급감했다. 연초 68조2000억원에서 시작한 고객 예탁금은 코스피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지수가 횡보하면서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모습이다. 머니무브 목적지로 감지된 곳은 간접투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 동안 926개 국내 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1조2538억원, 1주일간 3335억원이다. 이는 직전 한달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6090억원이 빠져나갔던 점과 대비된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도 유입되고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총 1조5125억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국공채·회사채 상관없이 신용 등급 BBB- 이상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일반 채권’ 펀드에는 최근 1개월 사이 6279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 1년간 이 펀드의 설정액이 1조 8893억원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회사·국공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반 채권 펀드와 투자 대상은 비슷하지만 만기 1년 미만 단기채 비중이 높은 '초단기채권' 펀드에도 최근 한 달 동안 7168억원이 들어왔다. 증시 변동성에 잠깐 투자처를 옮긴 자금이라는 의미다.
비트코인에도 자금이 몰렸다.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 한 곳만 따져도, 지난달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약 19조8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1월 약 18조3000억원이었던 비트코인 거래대금은 한 달 사이 오히려 1조5000억원 정도 더 늘었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제휴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2월말 수신 잔액(6조8400억원)과 고객 수도 1월 말보다 각 2조3400억원, 64만명이나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다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며 "현재 이동하고 있는 자금도 주식 외 투자처를 찾는 성격이 강하다. 은행으로 흘러든 자금도 투자처 물색을 위한 대기자금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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