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등 전방위로 반도체 부족이 확산되면서 각국에선 '반도체 내셔널리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 기술의 핵심이다.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른 나라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미래 기술 패권 전쟁의 승리와는 멀어진단 뜻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의 80%는 아시아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K-반도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반도체 패권 경쟁은 이미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으로 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의지하다간 K-반도체 산업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단 것. 이러한 위기감이 올라오는 이때 국내 산업계에 아쉬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국내 회사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컨소시엄에 매각된다는 소식이다. 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비롯한 통신·IoT·차량용 반도체 등을 설계 및 생산하는 업체로, 모체는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다.
토종 반도체 업체인 매그나칩이 중국 자본에 매각이 발표되자 '한국 기술 유출'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자본 매각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매그나칩은 매각 이후에도 국내 임직원은 물론 서울과 청주에 운영하는 사무소 및 연구소, 구미 생산시설 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과 의심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이디스의 사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과거 SK하이닉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신 하이디스는 2000년대에 중국 BOE에 넘어간 뒤 폐업했다. BOE는 하이디스의 디스플레이 제조기술을 확보한 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와 경쟁할 정도다.
최근 중국은 '3세대 반도체 육성' 계획을 내놓고 반도체 굴기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이 반도체 시장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뛰어든 이때 매그나칩 매각 소식은 한국 기술 유출의 우려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을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매그나칩이 보유한 기술특허는 3000건이 넘는 만큼 정부가 국내 핵심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는지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유출된 이후엔 해결할 방안을 만들긴 어렵다.
근본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배경도 생각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선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도 상당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패자로 남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의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 한다면 한국 기술 유출에 대한 뒷걱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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