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고보자'의 성급한 제도 도입 폐해 사례가 또 나왔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 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금융권 현장 곳곳에선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아직 해당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구체화한 시행세칙이 없고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하면서 금융사들의 불멘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금융사들은 금소법 위반 1호가 될 수 없다며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상품 설명 시간이 길어지면서 단순 적금 가입에 30여 분이 소요되는가 하면 일반 펀드에 가입하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로봇·AI서비스 등 애매한 서비스들은 모두 중단한 상태다. 비대면으로 판매하던 상품도 속속 중단됐다.
금융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 법의 큰 틀만 있지 알맹이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법 적용범위는 너무 넓고 모호한 규정은 많다. 준비가 덜 된 채 법안이 졸속으로 도입됐으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단 시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해 나가자는 밀어붙이기식 도입에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권에선 조만간 법안보다 두꺼운 '비조치 의견서'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금소법의 허점이 많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금소법 자체도 개선될 부분이 많다. 현재 국회에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는 상태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금융 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 그 과정 속에서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금소법 도입 취지 등에 대해 나무랄 사람은 없다. 금융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완전판매'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고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은 대부분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금소법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앞으로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늦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모호한 법령 해석 부분을 해소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