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 그리고 통찰력의 중요성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임식에서 남긴 당부였다. 그가 인용한 '군자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 동이불화(同而不和)'는 '군자는 화합하되 붙어 다니진 않고, 소인은 붙어 다니되 화합하지 못 한다'는 뜻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분열과 대립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 어떤 갈등도 극으로 치달으면 잘못된 것이 되고 만다. 분열화가 진행된 금감원은 차기 금감원장 선임이 시급한 때다. 온전한 하나(Oneness)가 되기 위해서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직관적 사고와 금감원이라는 존재의 통합적 의미가 재정리돼야 한다.
올해로 창립 22주년이 된 금감원은 대한민국 금융의 역사이면서 강력한 통합의 시그널을 안고 탄생했다.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은행감독원이 합쳐진 '통합 금감원'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은커녕 분열의 시간을 보낸 데에는 개개인의 욕심이 작용한 배경도 있지만, 양적으로 팽창한 고성장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금융산업을 비롯해 금융감독도 전문화란 미명 아래 각자의 영역을 세분화하며 발전해왔다. 질적 성장을 위해선 일정 수준의 분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각각의 부분을 지나치게 쪼개놓으면 전체적인 개념과 의미를 쉽게 망각하게 된다. 전체 그림은 퍼즐을 다 합친 후에야 알 수 있는데 분화된 개체들은 '큰그림'을 의식하기 어렵다.
융합과 통섭이 범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인 시대다. 한국은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져 상호 간 괴리를 심화시키는 교육 풍토인데 금감원은 거기에다 증권, 보험, 은행 등을 나누며 영역과 자리 확보에 예민한 조직이 됐다. 여기에다 공채와 경력직 간의 이질감과 세대 갈등까지 더해 복잡계가 되어버린 금감원은 이제 전일성을 회복해야 한다.
생태지리학자 루스 디프리스는 인간 생태계가 "성장의 톱니바퀴→성장을 방해하는 도끼→성장의 톱니바퀴를 다시 돌게 하는 새 중심축 →새로운 성장의 톱니바퀴→ ..."라고 부르는 패턴 속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태계를 창조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물론 변화 과정에서 구성원이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지만 평균적인 행동은 달라지고, 상향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금감원은 바뀌어가는 시대를 직면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문성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각자의 전문성을 꿰고 통합하는 연결성이 칭송받고 있다. 예전에는 한 직장에 오랫동안 남아 세대의 주기가 반복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이제 인생은 탁 트인 길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여정이라고 여기게 됐다.
금감원이 지향하는 큰 가치를 재점검해야할 때다.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의 "사람은 지기 스스로 어떤 그림(빅 픽처)을 그린 후 그 그림을 닮으려고 하는 피조물이다"라는 말처럼 지금 금감원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분화된 금감원은 다시 전일성, 의식의 통합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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