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제에 지난해 전세대출 180조 돌파…5년 만에 7.8배
집값 안정화 기대되지만 추가 규제 부동산 거래절벽 더 자극
집값 안정 목표를 세운 새 정부의 의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더 조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DSR 규제는 완화가 예상됐었다. '대출로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출 증가가 부동산 가격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추가 대출 규제가 집값 하향 안정 효과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규제로 묶인 거래량은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을 막아 더 가파른 거래절벽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행 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해 관리하는 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사실상 DSR 규제 강화인 셈이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가 전세가격과 주택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민간 은행권 연구소의 분석이 나온 것과 관련이 커 보인다. 그동안 실수요 대출로 취급되는 전세대출은 DSR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관리 대상 배제는 높은 증가율로 이어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80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 23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7.8배 늘어난 규모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 역시 지난해 12.2%로 2013년(5.6%) 대비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연구소는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넘어 매매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임차인의 자가 전환 수요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대비 규제가 적어 고가의 전세주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강민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전세대출 증가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집값 안정 효과는 더 커진다. 그러나 문제는 거래량이다.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시장 거래량이 곤두박질친 데다 대선 전후로 부동산 정책 변화까지 감지되면서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된 상황에 대출 규제가 한겹 더 두꺼워지면 거래 절벽 현상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기존 DSR 규제 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전세대출을 포함해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담보대출 차주들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실수요자들은 거래 기회를 잃게 된다. DSR이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DSR 규제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은행 대출 원리 금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대출 규제는 더 까다로와질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가계부채 건전성을 우려하면서 부동산 정책 공약까지 신중 모드로 돌아선 마당에 집값 불확실성을 키울 규제 완화를 과감하게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도 '집값을 안정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피력한 만큼 대출은 물론 부동산 정책에도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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