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겨냥 주류업계 “더 순하게”…저도주 경쟁

송고 2022.04.29 11:00 | 수정 2022.10.21 13:49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화이트와인, 사이다 등 블렌딩해 도수 낮춰

지난해 저도주 시장가치 12조원 육박

ⓒ롯데칠성음료

주류업계가 저도주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소비자들이 최근 2년간 홈술에 관심을 보이면서 저도주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야외에서 가볍게 마실 용도로 저도주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제품 보다 도수를 낮춘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꿀주(360ml)'와 '별빛 청하 스파클링(300ml)'을 출시했다. 처음처럼 꿀주는 15도로 일반 처음처럼(16.5도)보다 1.5도 낮다. 별빛 청하는 일반 청하(13도)의 절반인 7도에 그친다. 앞서 클라우드와 칠성사이다를 합친 3.2도의 저도주 '클라우드 칠성사이다 맥주'도 선보였다.

처음처럼 꿀주는 소주 처음처럼에 맥주 향과 꿀 향을 더한 게 특징이다. 소주와 맥주를 가장 맛있는 비율로 섞었을 때 '꿀주'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해 개발됐다. 별빛 청하는 청하에 화이트와인과 탄산을 블렌딩해 만들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저도주를 통해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 10년 만에 이번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매화수' 도수를 14도에서 12도로 낮춰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12도인 소주 '아이셔에 이슬' 3차 판매를 실시했다. 이밖에 오비맥주는 카스 0.0을 출시했고, 수입맥주 '칭따오 논알콜릭'과 '하이네켄 0.0'이 국내 저도주 시장에 상륙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알콜 맥주는 전년 동기 대비 6배 정도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막걸리업계도 저도주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막걸리와 사이다를 조합한 '막사' 등을 출시했다. 서울장수가 GS리테일과 함께 선보인 막사 도수는 6도로 일반 막걸리(7~8도)보다 소폭 낮다. 서울장수는 도수 5도인 '인생막걸리'를 판매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판매 550만병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순당은 5도인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국내 저도주 시장은 홈술 문화 확산과 함께 훈풍을 타기 시작했다. 평소 식당이나 유흥주점에서 도수가 높아 술을 즐기지 못했던 소비자층이 저도주를 찾아 집에서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간 억눌렸던 욕망이 터져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 몫했다"고 부연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저도주에 주목하면서 지난해 글로벌 무알콜 및 저도주 주류 시장 가치는 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선진국에서 레몬, 크랜베리, 오렌지 등 풍미 있으면서도 도수는 4~7% 정도인 저도주가 수년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저도주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2년 만에 재개하는 각종 페스티벌이나 피크닉 등에서 저도주 소비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을 조금씩 다양하게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면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저도주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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