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8억·서울은 12억
LTV·DSR 늘어도 자본금 '턱없이 부족'
집값·대출 금리 전망 '계속 오를 것'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지만 수도권에서 집을 사기에는 여전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서 청년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지만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라 필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생애최초주택구입 가구의 담보인정비율(LTV) 60~70%에서 80%로 완화 △청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예상 소득 반영폭 확대 △청년·신혼부부 대상 초장기 50년 주택담보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 등을 3분기(7~9월)까지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완화 정책으로 대출 한도는 늘어나고 상환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기존에는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까지만 대출받았다면 올해 3분기부터는 4억원(LTV 8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여기에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되면 월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청년층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된다. 만약 금리 연 4.4%로 5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40년 만기의 경우 월 상환액이 222만원인데 50년 만기가 되면 206만원으로 약 16만원이나 줄어든다.
DSR에 '미래소득'이 반영되면 대출 한도는 더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금융권에서 연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의 비중을 따지는 DSR 지표는 은행 40%, 보험·카드사 50% 등 업권별로 특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기준을 잡고 있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준다'는 취지인데 미래 소득 반영은 상환액 한도에 연령층의 평균 소득액을 고려해 따지겠다는 얘기다.
만 30세인 A씨가 30년 만기의 주택 구입용 대출을 받기 위해 DSR을 계산한다고 할 때 만 30세부터 만 45세까지는 평균 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가 산식에 포함돼 현재 소득에 합산되는 식이다. 평균 소득은 고용노동 통계를 참고한다.
일각에서는 미래소득은 '가정(假定)'이라는 점에서 금융사가 '부실'로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소득이 연령층 평균 소득액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출 형태 자체가 신용대출이 아닌 주택담보대출인 만큼 개인신용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소득을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니라 대출 규제 완화로 집을 살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 LTV와 DSR이 완화되고 50년 만기로 상환 부담이 줄어들지만 정책 혜택을 최대로 받는다 하더라도 수도권 내 아파트를 구매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8억735만원이었다. 지역을 서울로만 한정 했을 경우에는 평균 값은 12억7722만원으로 치솟는다.
강북 14개 구는 10억1128만원, 강남 11개 구는 15억2548만원으로 나타났다. 강북지역도 고가주택 기준선인 9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강남 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15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로 최대한으로 끌어 4~5억을 조달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집을 사려면 대출 받은 만큼의 자본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영끌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더라도 40~5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매달 수백만원의 원리금을 갚아야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16일 기준)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0.25% 상승했다. 지난달(0.21%)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고 상승폭은 더 커졌다. 상승폭이 다시 커진 건 5개월 만이다.
서울은 0.1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달(0.13%)보다 0.05%포인트 커졌다. 인천은 지난달 0.19%에서 이달 0.44%로 상승폭을 키웠다. 경기는 0.29%에서 0.22%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역시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도권 전체는 0.23% 상승했다.
대출 이자가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택대출 금리가 7%에 달하는 상황에 2024년까지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라며 "대출금을 많이 받을 수 있더라도 이자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오히려 주택 구매 수요는 반대로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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