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완화되도 1억 이상 대출 DSR 40% 규제
금리 오르면 원리금상환 비율 커져…한도 계속 줄어
"소득 대비 한도 불균형 조장, 정책 연기 고려해야"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를 지원하기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풀었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유지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오히려 강화시켰다. '생애최초자' 적용 조건도 까다로운 데다 해당되더라도 대출 한도가 소득에 따라 정해지고 금리 인상기에는 한계가 더 낮아져 주택 거래시장에 활력이 붙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눈가리고 아웅', '고식지계' 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4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생애 최초 구매자를 대상으로 LTV 상한선이 소득과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80%로 완화됐다.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존에는 생애최초 주택구매자가 투기과열지역인 서울에서 7억5000만원인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LTV 50%를 적용받아 대출이 3억7500만원까지만 가능했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LTV 80%를 적용받아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는 세대 구성원 모두가 과거에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없는 자를 의미한다. 과거 주택을 소유하였다가 처분해 현재 무주택자인 경우 이번 LTV 완화 대상이 아니다.
'생애최초' 조건에 해당되더라도 DSR규제는 피해갈 수 없다. LTV 완화와 동시에 DSR은 7월1일부터 '3단계'로 강화돼 적용된다. 기존에는 2억원 초과 대출자(2단계)에 대해서만 규제가 적용됐으나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비은행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DSR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차주들의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금리 4.58%의 4000만원 마이너스통장이 있는 신용등급 2등급의 연소득 4000만원의 차주가 규제지역에 6억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DSR 2단계가 적용됐던 6월까지는 1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7월부터는 1억104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2월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를 인상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능 대출금액은 9170만원으로 크게 축소된다. 차주단위 DSR을 실행하기 전인 작년 7월 2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점과 비교하면 대출 가능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소득 대비 대출한도가 정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은 더 불리하다는 문제도 크다. 앞선 경우와 같은 조건으로 연소득만 6000만원으로 2000만원 더 높은 차주는 DSR 1·2·3단계 모두 2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기준금리가 동일하게 1%포인트 오른다고 해도 대출 가능액은 2억1890만원으로 2000만원 가량 줄어드는 것 외엔 정책에 따른 한도 축소 영향이 거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받을 수 있는 규모가 달라지고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감이 늘어난 상황이라 주택 거래가 예전처럼 되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LTV 완화가 적용되더라도)DTI 60%와 DSR 40% 규제는 여전히 적용된다"며 "8억원짜리 주택을 생애최초 구입할 때 완화된 LTV 기준으론 6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DSR 규제가 있어 연봉 1억2000만원 정도에 대출이 전혀 없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상대적으로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악화된 경제 환경과 금리인상기로 인한 상환금액 부담이 더 증가하면서 지난해와 같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택 매입을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 대비로 정해지는 대출한도가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책으로 정부는 현재 연령대별로 실제 소득에 장래소득을 더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대출 제약을 풀어주기 위해 DSR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할 방침이다. 만 20~24세 직장인은 현재소득에서 51.6%(만기 30년 기준)를 더한 금액을 장래소득으로 인정받고, 만 25~29세 직장인은 현재소득에서 31.4%, 만 30~34세 직장인은 13.1%를 더한 만큼 장래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되면20대 초반 직장인은 만기 30년 적용했을 때 현재 소득에서 51.6%를 더한 금액을 장래소득으로 인정받게 되고 40대가 넘어가면 장래소득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서 오히려 20대 청년층의 대출한도가 3040세대보다 크게 나오는 역전 현상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위원은 "연령뿐만 아니라 직종에 따라서도 장래소득 인정 비율이 달라서 연령이나 직종에 따라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DSR을 강행하고 있고 금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청년들에게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면 공공이나 민간 임대주택 공급 계획,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 등을 활용해서 DSR 산정 자체를 미루는 형태 같은 공급 쪽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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