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내년 韓 수주 42% 감소 전망
3.5년치 일감 확보로 타격 미미…빅 3, 내년부터 이익 증가 가속
국내 조선업계의 내년 선박 수주가 올해와 달리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조선업계가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고 내년부터 선가 상승기에 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이익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2년도 3분기 동향 및 2023년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의 내년 선박 수주량은 8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올해 1460만CGT 대비41.8%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액 기준으로는 올해 385억달러보다 42.9% 감소한 220억달러로 예상된다.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며 국내 수주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올해 3500만CGT 대비 37.1% 감소한 2200만CGT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주액도 올해 1000억달러에서 610억달러로 39%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경제연구소는 벌크선과 탱커업계가 에너지효율지수(EEXI)·탄소집약도(CII) 등 환경규제를 1년 앞둔 상황에서도 여전히 신조선 발주가 뜸하다고 봤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벌크선과 탱커업계 선주들의 관망세는 해운 시황의 하락 영향도 있겠으나 지난 2021년 초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신조선 가격을 아직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금리가 인상되며 금융환경이 악화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고금리 기조는 내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조선사들의 수주잔량도 3년치 이상의 일감이 확보돼 신조선 가격을 단기적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며 "더욱이 내년 해운 시황도 수요 둔화가 예상돼 선주들이 대대적인 신조선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 선박 수주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조선업계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도크를 거의 다 채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소가 2년6개월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두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86만CGT 증가한 1억470만CGT다. 이 중 한국이 3675만CGT(3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인도량 기준 약 3년6개월치 일감이다.
또한 내년부터 대형 조선 3사가 일제히 흑자전환하며 이익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맏형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18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내년 매출 21조4349억원, 영업이익 9455억원으로 올해 대비 각각 20.4% 증가,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4년 영업이익은 1조6932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도 영업이익 규모가 내년 1796억원, 2024년 4144억원으로 대폭 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도 내년 10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영업이익은 2845억원으로 3배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 이후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 시기 이후 수주한 물량들의 선가가 가시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12월 125.60이던 선가는 21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8월 162.12를 기록했다. 10월엔 161.96으로 소폭 하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면 최근 2~3년 동안 저가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다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내년 하반기부턴 선가가 의미있게 상승했던 시기에 수주했던 물량들이 실적으로 잡히면서 영업이익도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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