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스페인 달걀 121구 수입·공급
수입란 국내산보다 3000원가량 비싸
"섣부른 수입, 전체 달걀값 끌어올릴 수도"
정부가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국내 달걀 수급 상황 악화를 대비해 달걀 수입을 결정했지만 적은 물량에 수입란 역시 비싼 가격대에 형성돼 있어 치솟는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입란 공급이 되레 달걀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정부의 면밀한 시장 감시가 요구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영무역을 통해 우선 초도물량으로 다음 달 스페인에서 121만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경북 성주지역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되는 등 현재까지 전국 15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계란 가격과 수급에 변화가 나타난 데 따른 조치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처가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미리 점검하고자 진행하는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시범 수입은 향후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내에 부족한 물량을 즉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수입란은 내년 1월부터 판매를 희망하는 대형마트, 식재료업체 등에 우선 공급하고 추후 수급 상황을 봐가며 추가 수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수입란으로 국내 달걀 수급과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이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 가격적인 효과는 없는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국내 달걀 한판(특란 30개)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6672원으로 평년(5552원)보다 20% 이상 뛴 수준이다. 최고가는 이미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000원을 넘어섰다.
수입산 달걀 가격은 이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스페인산 달걀은 한 판에 7.5유로(1만177원)에 달한다. 다른 대안인 미국산 달걀도 한 판에 12달러(1만5342원)로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수입산 달걀 가격도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며 "정부가 수입란 관세율을 0%로 적용하더라도 원가 자체가 비싼 상황이라 가격 조정 효과는 되레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선제적 물량이긴 하지만 들여오는 물량 자체가 작은 것도 시장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예정된 수입란 물량은 121만개로 이는 국내 일일 달걀 생산량(4500만개)의 2.7%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수입란 공급이 시작되면 사재기 수요를 자극하면서 되레 안정 중인 달걀값을 자극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재 달걀값은 6600원대로 지난달 초까지 6744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오름세는 다소 주춤하며 박스권을 유지 중이다. 수입란과는 단순 비교로 3000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산보다 비싼 수입산 달걀이 공급되면 국내산 달걀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빠른 물량 소진이 이어지면 현재 달걀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인 '수급 불안심리'가 더 커지고 가격 상승세도 추가로 자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차등에 따른 수급 불안 요인이 커지면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중간 공급자(유통 업자)들이 마진 회복을 위해 달걀값을 계속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란 공급에 정부의 면밀한 시장 감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달걀 대란' 당시 국내 달걀 생산량에 문제가 없음에도 수입란을 들여온 탓에 가격 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AI 방역정책 변경으로 대규모 살처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치솟던 달걀값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정부가 수급 우려를 이유로 미국산 수입 신선란 공급을 늘려 되레 달걀 소비자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다.
실제 지난해 12월 초 당시 달걀 한 판 산지 평균 가격은 4595원에서 4541원으로 54원 떨어졌지만 전국 대형 마트의 달걀 한 판 평균 가격은 5859원에서 6300원으로 7.5%나 올랐다.
반면 양계 농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산지 달걀값은 떨어지면서 정부가 가격 안정 효과도 없는 달걀 수입을 섣불리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안정 효과 없는 달걀 수입을 섣불리 추진할 경우 소비자 가격을 오히려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입란 공급은)국내 생산량 현황과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국내 생산량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 수입란 공급이 예정된 것은 예상된 우려점이다.
실제 고병원성 AI 확진판정으로 살처분 조치된 산란계는 현재 186만수이다. 적지 않은 수지만 전체 사육 마릿수의 2.38%로 아직 달걀 수급에 영향을 줄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처분 이후에도 지난해 12월보다 현재 사육 산란계 마릿수가 162만 마리 더 많은데다 계란 생산량도 하루 평균 4500만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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