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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모빌리티 이규호, 승계 시동에…지주사 주가는 ‘추락’

  • 송고 2023.08.03 13:37 | 수정 2023.08.03 13:37
  • EBN 천진영 기자 (cjy@ebn.co.kr)

이웅열 명예회장, 코오롱 주담 비율 77%

대출 담보유지비율 문제로 추가담보 지속

추후 지분 증여 발목, 담보설정 해지 필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왼쪽),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왼쪽),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그룹 경영승계 무게추는 오너 4세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에 두고 있다. 이 사장은 지주사 코오롱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으며 승계 정당성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 받은 뒤 자연스럽게 지분 증여가 이뤄질 것이란 게 재계 중론이다.


최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출범 후 첫 실적 발표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 사장이 승계 시험대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 명예회장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역시 지분 증여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읽힌다. 이 명예회장이 소유한 코오롱 주식 77% 가량이 담보로 묶인 상태다. 주가 추락으로 올 초 대비 주식 담보 비율은 5%p 넘게 뛰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이웅열 명예회장이 금융기관 3곳에 담보로 제공한 코오롱 주식은 480만8419주다. 보유 중인 총 주식수(보통주 기준 627만9798주·지분율 49.74%)를 고려하면 대출에 묶인 주식 담보 비율은 76.6%다. 주담대를 통해 이 명예회장이 빌린 자금은 570억원에 달한다. 각각 우리은행 290억원, 하나증권 80억원, 한국증권금융 200억원이다. 연간 지불하는 이자는 3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달 제출한 직전보고서와 비교하면 주담대 총액은 변동없지만, 담보 제공 주식수가 13만주 늘었다. 구체적으로 한국증권금융과 체결한 3건의 주담대 계약이 변경됐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달까지 한국증권금융에 코오롱 주식 171만8000주(지분율 13.08%)를 맡기고 200억원을 빌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달 기준으로 184만8000주(14.08%)로 늘어났다. 같은 금액을 빌리는데 13만주를 더 맡긴 셈이다. 이자율과 담보유지비율은 그대로다.


올해 2월 이 명예회장의 주담대 비중은 71.2%였다. 보유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묶인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면서 낮춘 것이다. 종전 주담대 비중은 81.7%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담대 비중이 5.4%포인트 증가했다.


모두 한국증권금융과의 계약에서 담보 제공 주식수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 명예회장의 200억원 규모 주담대에 적용된 담보유지비율은 110%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이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계좌에 적어도 220억원 이상의 주식이 담보자산으로 있어야 한다. 우리은행 주담대의 경우 담보유지비율이 생략됐으며 하나증권은 140%로 설정됐다.


대출의 담보인 주식은 가격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돈을 빌려 준 금융사는 손실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담보유지비율을 설정한다. 만약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차주는 추가 담보를 내거나 대출감액이 불가피해진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반대매매를 실시해 대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올 초 2만1150원으로 출발한 코오롱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다 최근 1만7000원선까지 추락했다. 지난달 26일에는 52주 최저가(1만7060원) 기록을 다시 썼다.


코오롱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면서 주식 담보력이 약화되는 점은 골칫거리다. 이 명예회장이 담보유지비율 문제로 금융기관에 추가 담보를 낼 경우 대출에 묶인 주식은 더 늘어나게 된다. 추후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증여 시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선 대출금을 상환해 담보 설정 해지가 필요하다. 이 명예회장 보유 지분 상당수가 담보계약에 걸려있는 만큼, 추후 담보권이 해소된 주식을 최종적으로 아들 이 사장에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증여 시점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는 시기와 맞물릴 것이란 게 재계 시각이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이끌어 온 이 사장은 올 초부터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를 맡아 미래성장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재무역량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출범 후 첫 성적도 기대 이상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115억원, 영업이익 134억원, 당기순이익 5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3.6%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9.3%, 27.3%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액 1조1501억원, 영업이익 231억원, 순이익 9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고부가가치 차량 위주의 판매 확대와 사업구조의 효율화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전략적 사업구조 재편을 거쳐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한 만큼 이 사장의 경영 성적은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판매는 신차와 중고차를 합해 기존 3만대 수준에서 5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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